전체 125社 중 76社…비제조업은 감소
전기·전자·조선·유화 협력업체 등 타격
[ 장창민 / 박종서 기자 ]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대기업들마저 해외 시장에서 밀리면서 대기업들의 성장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넘치는 이른바 ‘낙수(트리클다운) 효과’마저 사라져 공장 가동률이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탓이다.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 여파로 올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중소기업 수는 5년 만에 가장 많은 125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11월4일자 A1면 참조
○中企 71곳 법정관리 대상
금융감독원은 지난 3개월간 채권은행들이 실시한 ‘2014년도 중소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125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고 19일 발표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 1609개사 중 3년간 영업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하고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며, 자산건전성이 요주의 이하 등급을 받은 기업을 세부평가해 분류해낸 결과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작년(112개사)보다 11.6%(13개사)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세 번의 구조조정을 거쳤던 2009년(512개사) 이후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인 C등급은 54개사로 작년과 같았다. 하지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상인 D등급은 71개사로 지난해보다 22.4%(13곳)나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제조업종 중소기업은 76곳으로 전년(53곳)보다 43.4%(23곳) 늘어났다. 제조업 중 전자부품(+8개), 플라스틱제품(+6개), 기타 운송장비(+5개) 등과 관련된 업체들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의 실적 악화와 업체 간 경쟁 격화 등의 여파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비제조업 구조조정 중소기업 수는 49개사로 작년(59개사)보다 16.9%(10개사) 감소했다. 지난해 골프장 운영업체 18개사 등 상당수의 오락 및 레저서비스업체가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이들 중소기업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대출과 보증 등은 총 1조4069억원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여신건전성 재분류로 인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4854억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C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자산 실사 및 경영정상화계획 수립 등을 통해 워크아웃을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라며 “D등급 기업은 채권은행의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부진에 中企 ‘직격탄’
이처럼 구조조정 대상 제조 중소기업이 늘어난 것은 국내 대기업들의 부진 탓이 크다. 전기·전자 업종은 물론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을 이끌어온 대기업들이 최근 엔저(低)를 앞세운 일본 기업들의 부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 등에 밀리면서 부품을 공급해온 중소기업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여기다 내수침체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중소 제조업체의 공장가동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올해 3분기 중소 제조기업의 공장가동률은 월평균 70.5%에 그쳤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업일 중 3분의 1가량 공장을 놀리고 있다는 얘기다.
반월공단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 제조업체 중 상당수가 대기업에 부품을 대는 업체들인데, 대기업 경쟁력이 최근 급격히 나빠지면서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장창민/박종서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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