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이지적 디자인에 모방할 수 없는 기술 담아
모든 제품이력 철저 관리…代를 이어 물려주는 시계
중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100분의 1초까지 재기도…혁신으로 쌓아올린 名品
[ 임현우 기자 ]
세계적 관광 명소인 유럽의 라인 폭포. 웅장한 물줄기를 따라 몇 ㎞를 거슬러 올라가면 샤프하우젠이라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이 나온다. 스위스 시계 제조회사 중 유일하게 북동부에 뿌리를 두고 있는 IWC의 고향이다.
IWC의 역사는 미국 보스턴 출신 사업가인 플로렌타인 아리오스토 존스가 회사를 설립한 18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스위스식 장인정신과 미국식 사업 노하우를 결합해 미국 시장을 겨냥한 회중시계를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대서양을 건넜다. 존스는 당시 시계 제조업체들이 밀집한 제네바 인근 대신 독일 국경과 맞닿은 북동부 지역의 샤프하우젠을 택했다. 라인강 유역 수력 발전소가 있는 이곳이 시계 생산에 적격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브랜드 이름도 대부분의 명품시계 브랜드가 창업자나 시계장인의 이름을 쓰는 것과 달리 ‘국제시계회사(International Watch Company) 샤프하우젠’이라고 붙였다. 존스의 원래 목표는 회중시계를 대량 생산해 미국 시장에 보급하려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고소득층에게 큰 명성을 얻었다. 덕분에 IWC는 스위스 시계업계 최초로 국제적인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IWC는 깔끔하고 이지적인 디자인에 훌륭한 기술력을 담은 시계로 유명하다. 1884년에는 디지털 방식의 숫자판을 장착한 회중시계를 처음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1899년부터 손목시계로 영역을 넓히면서 시계산업의 ‘획기적 발명품’들을 만들어냈다. 1970년대에는 저렴한 쿼츠(전자식) 시계가 돌풍을 일으켰지만 오히려 전통적인 매케니컬(기계식) 시계에 집중하는 뚝심을 보였다. 이는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남성용 시계 분야에서 IWC가 입지를 굳건히 하는 원동력이 됐다.
“뛰어나고 복잡한 시계를 몇 개 정도만 만들어내는 건 많은 시계 브랜드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고기능 시계를 상용화해 꾸준히 생산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IWC 관계자의 이 설명처럼 IWC는 중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투르비용, 100분의 1초 단위의 크로노그래프, 다른 업체보다 한발 앞선 혁신적인 소재 도입 등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IWC의 또 다른 매력은 풍부한 ‘스토리’다. IWC는 전혀 다른 디자인의 여섯 가지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각각의 컬렉션이 저마다의 독특한 콘셉트와 명확한 특징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품시계 수집가들이 단 하나의 IWC 시계가 아니라 다양한 컬렉션의 제품을 모으는 이유다.
고급 기계식 시계는 평생 사용하는 제품이자 대를 이어 물려주는 제품인 만큼 철저한 사후관리도 중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IWC는 1885년부터 제작된 모든 시계에 대해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 어느 시기에 제작된 시계든지 분해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IWC의 방대한 교체 부품 창고에는 19세기에 제작된 시계 부품도 갖춰져 있다고 한다.
IWC는 해마다 각계각층의 의미 있는 단체나 인물을 후원하고 있다. 생텍쥐베리 가문의 사회공헌 재단, 미군의 전투 조종사 훈련기관 탑건,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동차 경주팀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을 소재로 한 한정판 시계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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