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민개혁 행정명령
불법체류자 대거 구제
시민권자 자녀 둔 부모 추방 유예…취업 허가
'인력 暗시장' 변화 예고
저임금 노동자 임금 상승…더 나은 일자리로 몰릴 듯
'세수 증대' vs '복지지출'
오바마 "경제 활성화 기여"…공화 "복지 무임승차 안돼"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불법체류자 1130만명 가운데 최대 500만명의 추방을 유예하고 이들에게 취업허가증을 발급해주는 이민개혁안을 발표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이민자 구제 정책이다. 합법적 지위를 갖게 된 500만명의 이민자 대부분은 호텔·식당·건설업종에서 일하는 저임금 근로자다. 불법이민자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온 해당 업종의 고용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시민권자 자녀 둔 부모 추방 유예
백악관은 미국에서 5년 이상 거주하면서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획득한 자녀를 둔 부모 410만명이 추방유예 행정명령 조치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3년간 미국에 머물면서 일할 수 있는 취업허가증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전과가 없어야 하고, 신원조사를 통과해야 하며, 세금도 내야 한다. 또 2010년 1월1일 이전 미국에 들어온 모든 연령의 미성년자(약 27만명)에게도 임시 영주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숙련 근로자와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이른바 스템(STEM) 전공 대학생 등에 대한 비자 발급도 확대해 50만명이 혜택을 본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민개혁이 미국의 저임금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의 이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16세 이상 불법 체류자 820만명 가운데 18%가 호텔 및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고 있으며 16%는 건설, 12%는 제조업, 9%는 소매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값싼 노동시장 지각변동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오바마의 이민개혁이 미국의 농업·건설·식당업종을 지탱하고 있는 ‘인력 암시장’에 일대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린지 로웰 조지타운대 국제이민연구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합법적인 취업허가증이 나오면 임금 협상력이 생기고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6년 이민개혁법(170만명 구제)을 시행한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이민자의 임금이 5~1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구제된 이민자 가운데 농업 종사자의 4% 정도만 같은 업종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나머지는 건설 소매업종 등으로 이동했다.
이번에 양지로 나오는 노동력(500만명)이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해 구제된 사람은 큰 영향을 받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임금상승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지 보르하스 하버드대 경제사회정책학 교수는 “합법적인 노동자가 증가해 고임금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면 흑인과 시민권을 가진 히스패닉의 임금이 떨어지는 효과도 생긴다”고 말했다.
○세수 증대 vs 복지지출 논란
오바마 대통령은 불법체류자를 합법화하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게 돼 세수가 늘고 경제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의회예산국은 지난해 6월 발표한 이민정책보고서에서 이민개혁 시 소득세와 급여세 등이 늘어 연방정부 세수가 증가하고, 10년 이내에 재정적자가 1750억달러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반면 공화당은 복지지출이 늘어 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은 불법체류자들이 10년 정도 지나 시민권까지 획득하면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층 무료 의료보험) 등 80여개의 정부 복지혜택을 받아 재정적자가 연간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던 불법체류자에게 국민의 혈세로 복지 혜택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게 공화당의 이민개혁 반대 논리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불법체류자 대거 구제
시민권자 자녀 둔 부모 추방 유예…취업 허가
'인력 暗시장' 변화 예고
저임금 노동자 임금 상승…더 나은 일자리로 몰릴 듯
'세수 증대' vs '복지지출'
오바마 "경제 활성화 기여"…공화 "복지 무임승차 안돼"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불법체류자 1130만명 가운데 최대 500만명의 추방을 유예하고 이들에게 취업허가증을 발급해주는 이민개혁안을 발표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이민자 구제 정책이다. 합법적 지위를 갖게 된 500만명의 이민자 대부분은 호텔·식당·건설업종에서 일하는 저임금 근로자다. 불법이민자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온 해당 업종의 고용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시민권자 자녀 둔 부모 추방 유예
백악관은 미국에서 5년 이상 거주하면서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획득한 자녀를 둔 부모 410만명이 추방유예 행정명령 조치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3년간 미국에 머물면서 일할 수 있는 취업허가증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전과가 없어야 하고, 신원조사를 통과해야 하며, 세금도 내야 한다. 또 2010년 1월1일 이전 미국에 들어온 모든 연령의 미성년자(약 27만명)에게도 임시 영주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숙련 근로자와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이른바 스템(STEM) 전공 대학생 등에 대한 비자 발급도 확대해 50만명이 혜택을 본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민개혁이 미국의 저임금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의 이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16세 이상 불법 체류자 820만명 가운데 18%가 호텔 및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고 있으며 16%는 건설, 12%는 제조업, 9%는 소매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값싼 노동시장 지각변동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오바마의 이민개혁이 미국의 농업·건설·식당업종을 지탱하고 있는 ‘인력 암시장’에 일대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린지 로웰 조지타운대 국제이민연구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합법적인 취업허가증이 나오면 임금 협상력이 생기고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6년 이민개혁법(170만명 구제)을 시행한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이민자의 임금이 5~1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구제된 이민자 가운데 농업 종사자의 4% 정도만 같은 업종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나머지는 건설 소매업종 등으로 이동했다.
이번에 양지로 나오는 노동력(500만명)이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해 구제된 사람은 큰 영향을 받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임금상승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지 보르하스 하버드대 경제사회정책학 교수는 “합법적인 노동자가 증가해 고임금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면 흑인과 시민권을 가진 히스패닉의 임금이 떨어지는 효과도 생긴다”고 말했다.
○세수 증대 vs 복지지출 논란
오바마 대통령은 불법체류자를 합법화하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게 돼 세수가 늘고 경제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의회예산국은 지난해 6월 발표한 이민정책보고서에서 이민개혁 시 소득세와 급여세 등이 늘어 연방정부 세수가 증가하고, 10년 이내에 재정적자가 1750억달러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반면 공화당은 복지지출이 늘어 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은 불법체류자들이 10년 정도 지나 시민권까지 획득하면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층 무료 의료보험) 등 80여개의 정부 복지혜택을 받아 재정적자가 연간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던 불법체류자에게 국민의 혈세로 복지 혜택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게 공화당의 이민개혁 반대 논리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