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80%는 서울에 집…혁신도시發 KTX 대란

입력 2014-11-21 21:29   수정 2014-11-22 04:11

주말마다 혁신도시 오가는 '기러기떼'…"KTX 한달前 예매해야"
주말 표 동나 상경 못하기도

공공기관 절반도 안옮겼는데 벌써 '대란'
'기혼직원 절반은 가족동반' 예상 빗나가



[ 백승현 / 조진형 / 박한신 기자 ]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이 가족과 함께 이주한 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으로 내려간 직원 10명 중 8명은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온다는 의미다.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전에 ‘때아닌 KTX 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따라 151개 기관 임직원 5만여명은 2016년까지 10개 지방혁신도시로 내려가게 된다. 지난해부터 지난달 말까지 68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이전율은 45%다. 애초 정부는 공공기관을 이전하면 기혼 직원의 절반가량은 가족과 함께 이주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교육·생활환경이 열악하고 문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기혼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20%가 채 안 됐다. 현재까지 이주한 2만여명 중 1만5000명 이상이 주말에 상경함에 따라 KTX 좌석 점유율이 100%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대구 중·남구)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이전을 완료한 40개 공공기관 직원 8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동반 이주율은 25%였다. 하지만 해당 지역이 고향인 사람들을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가족 전체가 이전한 비율은 훨씬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울산혁신도시로 옮긴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총 451명 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은 39명으로 8.6%에 그쳤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429명 중 70명(17%)이 가족과 함께 이주했다. 전남 나주로 옮긴 한국농어촌공사는 800명 중 150명 안팎만 가족이 이사했다.


여직원들의 경우 육아문제와 함께 중소형 아파트에 3~5명이 함께 지내는 것이 불편해 서울에서 출퇴근하기도 한다. 울산혁신도시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직원은 광명역과 울산역 주차장에 소형차를 한 대씩 주차해두고 왕복 700㎞ 이상을 KTX로 출퇴근한다. 이 직원은 “울산으로 내려간 뒤 처음 한두 달은 매일 출퇴근했는데 지금은 서울 출장과 회의가 많아 주 2~3회로 줄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올 5월 울산으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의 김모 차장은 “왕복 10만원의 비용도 비용이지만, 표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집에 못 갈 때도 있다”며 “지금은 한 달 전에 미리 표를 끊어 놓는 게 습관이 됐다”고 했다. 김 차장이 이용하는 열차편은 금요일 오후 8시52분 울산역발 KTX와 일요일 오후 7시3분 서울역발 KTX다. 두 편 모두 수원을 경유하는 열차라 3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일반 KTX에 비해 요금이 저렴해 2만원(왕복)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으로 이전작업을 진행 중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벌써부터 서울~부산을 오가는 자체 버스 두 대를 운영하고 있다. 한 직원은 “기차표를 못 구한 직원들이 금요일 저녁에 올라왔다가 일요일 밤에 내려가는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며 “편도만 5시간 이상 걸리는 데다 일반버스라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기업 방만경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우등고속버스는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앞으로 부산국제금융센터 입주사들과 협의해 공동버스 운행을 늘릴 계획이다.

2005년 KTX 개통 이후 줄곧 주말 좌석난을 겪고 있는 경부선뿐만 아니라 호남선도 최근 한국농어촌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이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표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직원이 800여명인 농어촌공사는 금요일 저녁 서울로 올라가는 직원들을 위해 버스 세 대를 운행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KTX가 고속버스에 비해 비싸고 시간도 2시간40분이나 걸리지만 하루 이틀 전에 예매하지 않으면 표가 아예 없다”며 “한국전력 등의 본사 이전이 마무리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레일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열차와 선로가 부족해 좌석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KTX 경부선의 평균 좌석 점유율(좌석 대비 승객 수)은 105%였지만, 금요일 오후(18~24시)와 토요일 오전(05~12시) 상행선은 각각 108.3%와 132.8%였다. 호남선도 토요일 오전에는 111.8%를 기록, 지난해에 비해 26.2%포인트나 늘었다. 일요일 오후(13~24시) 하행선도 경부선은 142.1%, 호남선은 107.7%로 작년보다 크게 높아졌다. 예매를 해뒀다가 출발 직전 현장에서 취소하는 표를 감안하면 주말에는 사실상 당일 승차권 구입이 힘들다는 얘기다.

백승현/조진형/박한신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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