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2조 빅딜'] 하버드大 동문 이재용·김동관 '물밑 협상'

입력 2014-11-2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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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빅딜 막전막후

'사회봉사' 끝낸 金 회장
직원 고용승계 직접 지시
재계 "오너 존재감" 평가



[ 박영태/강현우 기자 ] ‘3개월 만에 성사된 극적 드라마’, ‘김승연 회장의 통 큰 결단’….

삼성과 한화의 석유화학·방산사업 빅딜에 대한 평가다. 25일까지 법원의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이행한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결단이 대형 딜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26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딜은 한화가 먼저 삼성에 인수 제안을 했고, 삼성이 석유화학사업도 인수 대상에 추가하면서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태양광 등 미래 수익 사업에 대한 투자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한화는 올초부터 방산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8월 초 삼성탈레스를 인수 후보로 골랐다. 한화는 글로벌 투자은행을 통해 삼성 측에 인수 제안을 했고 삼성 측은 삼성탈레스 지분 50%를 갖고 있는 삼성테크윈을 인수할 것을 한화 측에 역제안했다. 더 나아가 삼성은 삼성종합화학 등 화학 계열사도 같이 인수해줄 것을 요구했다.

삼성테크윈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22.56%를 가진 주요주주여서 삼성물산의 지분(36.99%)만 인수하면 삼성의 화학 계열사를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삼성 입장에서는 비주력사업인 석유화학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고, 한화 입장에서는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을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한화그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김 회장을 대신해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만나 인수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하버드대 동문이다.

하지만 곧 걸림돌에 봉착했다. 7월 말부터 국제 유가가 급락세를 타면서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이 급격하게 나빠진 탓이었다. 글로벌 공급과잉 등으로 업황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나왔다. 한화그룹 내에서는 유화사업 인수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도 나왔다. 딜이 무산되는 듯한 분위기가 확산됐다.

결국 김 회장이 직접 나섰다. 삼성이 요구한 전 직원 고용승계도 김 회장의 지시로 받아들였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성장성을 염두에 둔 김 회장의 통 큰 결단으로 이번 인수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딜이 오너의 존재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총수가 직접 나서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어서다.

총수가 부재 중이어서 M&A나 대규모 신규사업 진행 등에 차질을 빚는 SK, CJ 등과 대조를 이룬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말 미국, 인도 물류업체 등의 인수를 검토했으나 협상 단계에서 중단됐다. SK도 최태원 회장 부재로 신규사업 진출 등에 애를 먹고 있다.

박영태/강현우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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