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CEO 열전⑪]'열정맨' 김성섭 씨에스윈드 대표…풍력타워 글로벌 1위 비결은?

입력 2014-11-28 09:49  

[ 한민수 기자 ] 기업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은 CEO의 역량과 혁신의 자세, 영속기업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물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신규 상장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부터 상장 이후 주식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은 알짜 기업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주식시장에 갓 데뷔한 신규 상장기업부터 상장승인 심사를 마친 기업들의 CEO들을 집중 탐구하는 시리즈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김성섭 씨에스윈드 대표(사진·60)는 집에 잘 안 들어가는 남자다. 씨에스윈드 베트남법인에 있을 때도, 캐나다법인에 있을 때도 그날 하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집에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 침낭 안에서 잠을 잤다.

"목표를 세우면 무조건 이룬다"는 그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났다. 씨에스윈드는 풍력발전기의 기둥에 해당하는 풍력타워를 제조하는 세계 1위 업체다. 김 대표는 세계 풍력발전 시장 업황이 침체기에 들어선 2007년 씨에스윈드에 합류해 이달 2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이뤄냈다.

◆ 캐나다법인 설립 담판…지멘스 MOU 이끌어

풍력타워는 작게는 80m,크게는 120m 이상에 이르는 대형 구조물이다. 무게도 100~250t에 달해 운송비용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씨에스윈드는 중국과 베트남, 캐나다 등에 현지법인을 세워 각각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0년 설립된 캐나다법인은 지난해 씨에스윈드 매출의 57.7%를 담당하는 핵심 법인이다. 캐나다법인의 성공에는 김 대표의 노력이 여기저기 묻어 있다.

"나 더 이상 협상 못 해."

에디 프란시스(Eddie Francis) 윈저시 시장은 김 대표와의 협상에서 몇 번이나 책상을 치고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캐나다법인 설립 과정에서 보다 많은 혜택을 이끌어내기 위해 김 대표가 집요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씨에스윈드의 캐나다법인은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위치해 있다. 당시 온타리오주는 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풍력발전을 선택했고, 윈저시는 실업률이 20%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고용창출 및 세수 증가 등 프란시스 시장에게 매력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몇 번이나 만났고, 몇 번이나 설득했다. 다른 지역에서 제시하는 조건들도 슬쩍슬쩍 이야기했다.

결국 씨에스윈드는 윈저시가 유치해야 할 주요 기업이 됐다. 김 대표는 부지의 49년 무상임대, 철도시설 구축, 공장 설립 자금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의 협상을 성사시켰다. 당시 공장 부지는 사유지였는데, 윈저시는 씨에스윈드 유치를 위해 시에서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협상 타결 이후에도 난관은 계속됐다. 캐나다의 행정절차가 생각 이상으로 느렸기 때문이다.

"공장 부지를 인수한 것이 착공 예정일 2주 전이었습니다. 현지 기업들 모두 2주 후 착공은 힘들 거라고 했죠. 우리는 2주 후 예정대로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공장 완공에 1년6개월 이상이 걸릴 거라고들 얘기했습니다. 2011년 11월 8개월 만에 준공하고, 연말부터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공무원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갔고, 씨에스윈드 관련 서류는 높게 쌓아진 서류철의 맨아래에서 위로 위로 올라갔다. 김 대표의 열정이 통한 것이었다.

씨에스윈드는 윈저엑세스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기업으로 시상을 받았고, 에디 프란시스는 최다 연임에 성공하며 현재도 시장직을 맡고 있다.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던 지멘스는 연초 씨에스윈드와 영국 진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멘스는 세계 해상풍력 시장의 70%을 점유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유럽 해상풍력 시장 공략의 파트너로 씨에스윈드를 지목한 것이다. 영국에 지어질 법인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50개의 풍력타워 공급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가"

이번에는 사람이 문제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캐나다 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한국 사람들과 너무 달랐다. 몸이 아프면 연락 없이 출근하지 않았고, 급한 일이 있어도 퇴근했다. 매니저급들도 퇴근하면 휴대폰을 꺼놨다. 돈을 더 준다고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제조업체는 납기 준수가 생명인데 난감했죠. 그런데 캐나다 사람들도 우리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힘들어 충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서로의 문화가 융합되는 풍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그때부터 직원들에게 씨에스윈드가 세계 1등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줬다. 근무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솔선수범하는 수밖에 없었다.



올 4~5월 캐나다법인 임직원들은 한 달간 놀라운 워크샵을 경험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임직원 단합대회가 아닌 4주간에 걸친 생산력 강화 활동이었다.

이번 워크샵의 목표는 주간 섹션 제작 생산력을 28개에서 40개로 늘리는 것이었다. 한 개의 풍력타워는 길이에 따라 3~4개의 섹션으로 이뤄진다. 각각 만들어진 섹션을 이어붙여 하나의 풍력타워가 되는 것이다.

"워크숍 기간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 내내 지냈습니다. 회의도 안전모를 쓰고 밖에서 땀 흘리며 했죠. 하루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며 집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결연한 의지가 점점 직원들에게 전파됐죠."

4교대 근무에 한 근무조가 3개의 섹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엄청난 작업량이었고, 직원들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워크샵 4주차에 들어서 결국 주간 40개 섹션을 생산해냈다. 같이 밤낮으로 일하던 임직원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이 생겼고, 우리가 해냈다는 성과 발표 기념식에서 울음을 떠트리는 직원들도 있었다.

"풍력타워 수주는 프로젝트 단위이기 때문에 한 번에 납품 물량이 몰립니다. 이때 납기를 준수할 수 있느냐갸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죠. 베트남 중국 캐나다 할 것 없이 물량이 몰리면 본사 임원 모두가 달려가 워크샵을 하는 겁니다."

워크숍을 진행할 때마다 현지법인 사람들은 지독한 한국인 때문에, 자기들 안에 있던 열정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소임은 이윤을 내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리더는 사막에서 나무를 찾으면 안 되죠. 풍력타워도 잘 되는 시장에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목표를 세우면 무조건 해내는 사람이지만, 가능성 없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씨에스윈드는 올 상반기에 2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경쟁업체 대비 최고의 수익성이다. 이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의 풍력발전 관련 지원책 덕분이다.

해상풍력 시장 진출도 영국 정부의 발전계획안 확정과 지멘스라는 강력한 동맹군과 함께 하는 달성 가능한 성장목표 아래 이뤄진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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