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실패로 유가급락…정유·조선 경영환경 악화 불가피

입력 2014-11-28 14:06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하자 국내 정유사들은 당분간 유가 하락으로 경영환경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업계도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어들까 봐 긴장하고 있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원유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수입가격이 낮아져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정유업, 조선업 등 일부 업종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이번 OPEC의 감산 합의 실패는 유가 급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당장 27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배럴당 73.33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38달러 하락했고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석유제품 가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원유 가격이 60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계속된 유가하락으로 재고평가 손실 영향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 등의 재고자산을 평가하는데 취득가보다 시장가가 더 낮으면 그만큼 자산가치가 줄어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유사들은 3분기에 매출 비중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정유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입었는데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 부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PEC의 감산 합의 실패에 따라 유가 하향 추세와 이에 따른 정유업계의 경영환경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당장 4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내년 실적도 호전되리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정유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하락 등 대외 변수의 급격한 변동 상황에 대비해 싱가포르, 두바이, 런던 등 해외지사를 활용,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했다.

아울러 재고 관리와 공정 운영의 효율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원유 등 원재료 도입 다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GS칼텍스도 이번 감산합의 실패로 유가가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원유 도입선의 최적화를 목표로 원유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선업계도 유가하락의 영향을 받는다. 유가하락으로 해상유전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더욱 위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간 지속적인 유가하락과 예상을 뛰어넘는 과도한 개발비용으로 이미 해양플랜트 부문의 발주는 주춤해 있거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유전의 경우에는 개발이 계속되겠지만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떨어지는 한계유전 개발은 속도조절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가하락으로 원유 비축 수요가 생기면 물동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유조선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아울러 선박 연료비 부담이 줄어 선사의 이익이 늘어나 그만큼 선사의 투자 여력이 증대되는 점도 신규발주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하락에 따른 수익 증대의 기회를 보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데 반해 석유화학 제품가격이 하락하는 폭은 적기 때문에 스프레드(원가와 최종제품의 가격 차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등 석유화학 업체들은 그러나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를 결정하는 글로벌 경기가 수익증대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OPEC 감산 합의 실패에 따른 유가하락과 경기변동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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