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법관 한 명만 배치돼 비교적 가벼운 사건을 처리하는 단독재판부의 절반 이상을 경력 15년이 넘는 부장판사급으로 채우는 방안이 추진된다. 민사·행정소송에서 당사자가 내는 증거를 법원이 수동적으로 제출받았던 지금까지와 달리 증거 확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절차도 마련된다.
대법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실심 충실화 마스터플랜’을 30일 발표했다.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하급심 강화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내놓은 방안이다. 대법원은 오는 5일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마스터플랜을 확정한 뒤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대법원은 경력 15년 이상 부장판사의 단독재판부 보임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2018년에는 전체 단독재판장의 50% 이상을 부장판사급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심에서 단독재판부가 맡았던 사건이 항소·상고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 초기 단계부터 경험 많은 판사가 맡도록 해 하급심 재판에 승복하는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경력법관을 소액·중액 전담으로 보임하는 방안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는데 이를 전국 법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경력 20년 이상 법관 임용을 확대하는 한편 소액이 아닌 다른 민사사건으로도 제도를 확대할 예정이다. 고등법원 재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고법 판사 전원을 경력 15년 이상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민사·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증거 확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본안 전 증거조사절차’ 제도도 도입된다. 이 제도는 오로지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증인신문·검증·감정 등 절차를 본안 전에 시행하게 된다.
특히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하면 최대 패소까지 할 수 있는 불이익을 주도록 해 실효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의료소송에서 법원의 진료기록제출명령을 병원이 따르지 않는 경우 “의료상 과실이 있었다”는 환자 측 주장을 법원이 그대로 인정할 수도 있다.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의 재판 역량도 강화된다. 의료 건축 등의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에 관련 전문가가 참여토록 하는 ‘전문심리관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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