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검토없이 회사 설립…2년 가까이 수출 성과 全無
무작정 공공기관 전환 후 사업부진 땐 혈세 더 낭비
[ 고은이 기자 ]
민관합작 의료수출전문기업 코리아메디컬홀딩스(KMH)가 설립된 지 2년도 채 안돼 공공기관으로 재편된다. 추진하던 사업이 좌초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정부가 민간지분을 전량 사들이기로 결정하면서다. 의료수출 분야에서 민간부문(병원·제약회사·의료IT업체 등)의 기술력과 공공부문의 외교력을 활용하려 했던 첫 민관협력 모델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연내 공공기관화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30일 “KMH를 공공기관화하기 위해 민간 주주인 병원들로부터 주식을 전량 매입하기로 했다”며 “공공성을 대폭 강화해 올해 안에 의료수출을 담당하는 준정부기관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KMH는 2012년 ‘글로벌 헬스케어 활성화 대책’에서 의료수출전문기업 육성이 대표 추진과제로 선정되면서 지난해 3월 정부 주도로 설립됐다.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산업은행, 5개 민간병원(보바스·명지·세종·대전선·제주한라병원)이 출자해 의료수출프로젝트의 주관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 이은 취약한 주주구성 문제(민간지분 63%)가 제기됐고 보다 못한 정부가 결국 해법으로 공공기관화를 택한 것이다. 실제 설립 이후 지금까지 KMH의 가시적 수출 성과는 한 건도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과 의료시스템 수출을 논의하고 있지만 중간에 제동이 걸리거나 계약이 미뤄지고 있다.
KMH의 대주주인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KMH는 뼈대가 세워져 있는데 그 안에 내용은 없는 모양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동 의료수출 바람을 타고 충분한 민관협력 사업모델 검토 없이 회사부터 세웠다 낭패를 본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수출계약 논의가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중동국가들의 특성을 잘 모른 채 회사부터 세웠고 이후에도 중동 쪽에만 투자를 집중해 단기실적 창출에 실패했다”며 “주식회사로 유지되려면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병원들이 주주로 참여해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는데도 대비책은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관협력모델을 제대로 구성하려면 정부 주도로 의료수출계약에 성공했을 때 그 과실을 민간병원들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협의가 필수적이지만 이런 부분이 미진했다”며 “당시 분위기에 취해 급하게 추진했던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고백했다.
◆내년부터 성과 나올까
정부는 KMH를 공공기관화해 내년부터는 운영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주주인 민간병원들의 주식양도 약정서를 받고 지분가치를 측정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공공성을 강화시켜 국가 간 협력(G2G)사업에 정부의 총력을 쏟아붓는 게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7일 KMH 명의로 오만정부와 50만달러 규모의 건강보험제도 컨설팅 가계약에 성공하는 등 내부적으론 성과가 나오고 있어 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작정 공공기관화했다 사업 부진이 이어질 경우 혈세만 더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정부가 KMH에 1억6000만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내년에도 국비가 KMH 지원 명목으로 잡혀 있다.
의료수출사업 지원을 맡고 있는 보건산업진흥원과의 업무 중복 문제도 제기된다. 한 의료경영학 전문가는 “공공기관을 하나 더 세우면 기관 간 실적 뺏기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다”며 “KOTRA와 한국관광공사, 보건산업진흥원 등 의료수출 관계기관들의 협력이 부진한 상황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의료수출부문 일원화”라고 지적했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