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이야기
구글, 유럽 검색 점유율 90%
EU, 독점 규제 움직임 본격화
넓게 보면 검색·SNS 휩쓴
미국 IT기업에 대한 견제
[ 김광현 기자 ]
![](http://www.hankyung.com/photo/201412/2014120170991_AA.9342434.1.jpg)
유럽연합(EU) 의회의 구글 분할 권고안 채택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유럽 의회는 지난달 27일 구글의 검색 부문과 다른 부문을 분할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가결했다. 이 권고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위원회(EC)의 구글 검색 독점 조사에 영향을 미치고, 유럽 각국의 규제 당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글의 검색 독점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도 조사했으나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려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이런 상황에서 EU가 구글 검색엔진과 구글의 다른 서비스를 분리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채택한 것은 구글의 검색 독점을 미국보다 심각하게 본다는 의미다. ‘구글포비아(Googlephobia·구글에 대한 두려움)’의 발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http://www.hankyung.com/photo/201412/2014120170991_AA.9343163.1.jpg)
유럽 점령한 구글 검색엔진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한국에서는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모바일 검색을 포함하면 두 자릿수로 올라가지만 웹 검색만 놓고 보면 여전히 10%를 밑돈다고 알려졌다. 네이버에 눌려 맥을 못추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구글의 점유율이 70%에 근접하고 유럽에서는 90%를 초과한다. 유럽에서는 구글 말고는 검색엔진이 없다고 할 정도다.
검색뿐이 아니다.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로 웹 혁신을 주도하고,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중 안드로이드 탑재 휴대폰이 74%나 된다.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크롬 점유율이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를 포함해 48.9%에 달한다. 유럽인의 인터넷·모바일 생활은 구글에서 시작해 구글에서 끝난다고 할 만하다.
유럽이 구글의 독점을 규제하려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옐프 등 경쟁사들이 구글 검색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구글이 검색 독점력을 악용해 자사 서비스와 관련된 콘텐츠를 검색 결과에 우선적으로 반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의회나 유럽위원회로서는 구글의 독점을 문제삼을 빌미를 찾은 셈이다.
유럽의회, 구글 분할 권고안 채택
유럽의회의 구글 분할 권고안 채택을 ‘구글포비아’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구글은 검색, G메일 등 자사 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이렇게 분석한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이 들여다본다면 우려할 상황이 된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모은 정보를 들여다봤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넓게 보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세계를 석권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의 발로로 볼 수도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IT 산업 주도권은 미국에 넘어갔다. 검색은 구글이 휩쓸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페이스북이 천하통일을 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뒤에는 ‘유럽의 자존심’인 노키아마저 쓰러져 미국에 넘어가고 말았다.
중국 IT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막 속에서 급성장해 국제 무대로 나서는 것도 유럽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있다. 중국은 사회불안을 이유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서비스 사용을 금지했고 구글에 대해서도 검열하겠다고 압박해 중국 시장에서 한발을 빼게 했다. 그 사이에 중국에서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유럽 간 통상마찰 가능성도
EU가 실제로 구글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하면 미국-유럽 간 무역마찰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의원들은 유럽 의회의 구글 분할 권유안 채택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뜻을 담은 서한을 유럽의회에 전했다. 미국 상원은 “미국 IT 기업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을 걸어 잠그려는 게 아닌가 의문스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럽의 미국 기업 견제에는 미국 정치인들 말대로 유럽 기업들을 보호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을까.
영국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성공한 기업들을 공격할 게 아니라 유럽에서는 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보수적인 기업환경이 쉽사리 바뀔 리는 없어 유럽의 미국 견제는 계속될 것 같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wang82.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