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열쇠' 제일모직이 쥔 건 맞는데…증권가 주저하는 까닭은

입력 2014-12-02 14:54  

[ 권민경 기자 ]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제일모직 상장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에 대한 눈높이를 선뜻 잡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속도와 방향이 예측 불가한 상황이라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얹어야 할 지 알 수 없고, 삼성SDS 경우처럼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를 두 배 이상 웃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제일모직에 대한 기업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5곳에 불과하고,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키움과 KTB증권 단 두 곳이다.

이 회사가 삼성 지배구조 개편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걸 감안하면 증권사의 이같은 반응은 예상 외다.

지난 달 14일 증시에 입성한 삼성SDS는 상장 20여일 전부터 증권사의 목표주가가 나왔고 2주 전부터는 7~8곳의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경우 다른 상장 예정 기업과 달리 목표주가를 잡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사업가치만 보는 게 아니라 지배구조 이슈를 함께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희망 공모가 상단인 5만3000원을 기준으로 할때 상장 당일 최대 13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공모가 두배에 시초가가 만들어진 삼성SDS를 보면 제일모직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 목표주가를 정하는게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지난 14일 상장 첫 날 공모가(19만원) 두 배에 달하는 38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 막판 차익실현 매물에 밀려 13% 넘게 급락했다. 당시 증권가는 삼성SDS 목표주가를 35만원~50만원까지 제시했다.

지배구조 이슈를 걷어내고 제일모직의 사업가치만 놓고봐도 불확실성이 높다는 게 백 연구원의 판단이다. 현재 제일모직은 패션 부문의 중국 진출과 바이오 사업이 두 가지 큰 성장 모멘텀(동력)이지만 이들 사업은 빨라야 2016년께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 연구원은 "패션과 바이오사업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아직까지는 불확실하다"며 "이 부분의 방향성이 잡히면 좀 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을 줄 수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제일모직 목표주가를 설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삼성SDS와 제일모직 둘 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와 연관돼 있지만 상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해도 그룹 전체 경영권과는 관련이 없지만, 제일모직의 경우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라는 점 때문에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없다는 것.

이에 따라 김 연구원은 "목표주가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본 뒤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그러나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 회사라는 점에서 프리미엄은 변함없다고 보고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그룹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42.6%에 달한다"며 "그룹 3세가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 증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3.24%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 담당 사장도 각각 7.75%씩 가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사업 조정 과도기적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유력 지분이 존재하는 회사"라며 "그룹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로직스의 화수분 역할을 수행하는 실질적 지주회사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제일모직은 오는 8일 공모가 확정을 거쳐 10일~11일 일반 공모를 진행한 뒤 18일 상장할 예정이다. 구주매출은 1875만주, 신주발행은 1000만주. 공모 희망가격은 4만5000원~5만3000원이다. 상장 후 전체 주식의 19.2%가 유통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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