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다문화자녀 교육, 내버려 둘 수 없는 숙제

입력 2014-12-02 20:55   수정 2014-12-03 03:47

저출산·고령화에 불안한 한국사회
20만 다문화 자녀 교육에 혜택 줘
함께 미래 이끌 인력으로 키워야

김도연 < 서울대 초빙교수·공학 dykim@snu.ac.kr >



대한민국이 지니고 있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최고의 고령화 속도는 미래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은 우리의 인구 분포에서 15~64세에 해당하는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2016년에 72.9%로 최대치가 됐다가 그 후로는 하락하기 시작해 2060년에는 전체의 절반 이하인 49.7%로 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는 세 명이 일하면서 한 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일하는 한 명이 다른 한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25~49세의 핵심생산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이므로 이런 인구 문제는 이미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당연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미래세대 모두를 능력 있는 인재로 교육시키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교육의 목표는 물론 한 명 한 명 모두를 탁월한 인재로 기르는 것이지만 그렇게 못할 경우 적어도 사회공동체에 짐이 되는 낙오자가 생기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인구동태의 측면에서 지난 10여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 국가들에서 신부를 모셔와 가정을 꾸리는 일일 것이다. 이런 소위 다문화 혼인은 이제 매우 낯익은 일로 전국적으로는 이미 신혼부부 열 쌍 중 한 쌍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이뤄진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는 자녀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으니 이는 대한민국으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다문화 가정에서 출생하는 아기의 비중이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100명 중 다섯 명에 달했다. 어떤 농촌 지역에서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쁨이 모두 다문화 가정의 덕이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다문화 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는 자녀 숫자가 벌써 20만명을 넘었다고 하니, 이들을 잘 교육시켜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하는 일은 작아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교육 현황을 살펴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이들 중 60%는 아직 일곱 살 미만이며 따라서 취학연령에 들어 있는 학생은 8만여명인데, 초등학교는 대부분 다니고 있지만 중학교는 열 명 중 고작 일곱 명 정도만이 취학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다문화 가정 자녀들 중 고등학교 졸업자는 절반도 안 될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이들의 대학 진학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함께 지닌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우리는 마땅히 이들을 견실한 인재로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교육을 가정에서 직접 담당하는 어머니들은 많은 경우 원활한 한국어 구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성장하는 자녀들로부터 오히려 소외되기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녀들의 삶은 가정을 벗어나고 결국은 학교 이탈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그리고 사회단체들에서도 이미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고 있지만, 우선은 어머니들 모두에게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시댁에서 벗어나 검정고시 준비에 떳떳이 시간을 내기 위해서는 참가자에게 작은 규모라도 경제적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이다.

여하튼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다문화 자녀에 대한 튼실한 교육은 우리 사회의 절박한 문제다. 만일 현재와 같은 상태가 유지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아주 큰 불안 요소가 더해질 것이며, 특히 우리 농촌 사회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성공적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20만 다문화 자녀 교육을 위해 이제는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김도연 < 서울대 초빙교수·공학 dykim@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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