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CEO 열전⑭]한성호 FNC엔터 대표 "쫄딱 망한 무명가수 경험이 씨엔블루 키웠죠"

입력 2014-12-04 14:47  

[ 박희진 기자 ] 기업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은 CEO의 역량과 혁신의 자세, 영속기업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물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신규 상장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부터 상장 이후 주식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은 알짜 기업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주식시장에 갓 데뷔한 신규 상장기업부터 상장승인 심사를 마친 기업들의 CEO들을 집중 탐구하는 시리즈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스타 가수의 자질 중 하나는 '참을성'이다. 데뷔 후 단숨에 스타대열에 오르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오랜 연습생 기간부터 데뷔 후 무명시절까지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나서야 마침내 빛을 본다.

대중가요 호황기였던 1990년대 중후반, 앨범 2장만에 가수의 길을 접은 남성 솔로가수가 있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그 무명가수는 2014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엔터테인먼트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참을성 없는 성격' 덕에 가수가 아닌 CEO로 살게 됐다는 한성호 에프엔씨(FNC)엔터테인먼트(이하 에프엔씨) 대표(40·사진)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만났다. 쫄딱 망한 무명가수에서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를 키워낸 장본인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종횡무진 달려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옷 갈아입고 '아이돌 밴드' 시장 개척…"100% 만족한 가수만 공개"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던 느낌이랄까요. 여러가지 일을 찾아 벌이는 편이라 시키는대로 무작정 기다리는 일에는 소질이 없었죠."

2002년 한 대표는 2집 앨범을 끝으로 가수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전문 작곡가의 길로 들어섰다. 전보다 잘 어울리는 옷을 입은 듯했지만 여전히 2% 아쉬운 점이 남았다.

당시 그가 만들 수 있었던 곡은 대중에게 인기있는 장르이거나 특정 가수에게 어울리는 곡이었다. 대학 밴드 보컬 출신인 그가 가장 자신있었던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민 끝에 2006년 한 대표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밴드형 아이돌' 육성을 목표로 에프엔씨를 설립했다.

에프엔씨에서 가장 먼저 빛을 본 가수는 한국 최초의 아이돌밴드 'FT아일랜드'다. 댄스그룹 위주의 아이돌이 인기를 끌던 시절 무대 위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5명의 소년들은 대중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 대표는 "처음엔 멤버들조차 자신들이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며 "머릿 속 '아이돌 밴드'의 모습은 분명했는데, 새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니 쉽지만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 대표는 늘 머릿속에 만들고 싶은 아티스트의 모습부터 먼저 그린다. 한 번 그려진 아티스트는 자신이 생각한 모습과 100%와 일치할 때까지 절대 대중 앞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

"눈 높은 대중을 100% 만족시키려면 그 이상의 완벽함을 추구해야 합니다. 저와 회사 직원들은 우리가 100% 만족한 가수를 대중이 80%만 만족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쫄딱 망한 무명가수' 시절도 아티스트 육성에 도움이 됐다. 실제로 녹음을 하고 무대에 서봤기 때문에 가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조언을 해 줄 수 있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가수로 살아본 경험은 지금 저에게 정말 소중합니다.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는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법이니까요."

◆씨엔블루 데뷔 연기는 '신의 한 수'…"절박함으로 키웠다"

FT아일랜드가 한 대표의 자신감과 함께 탄생했다면, 에프엔씨의 또 다른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는 그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아티스트다.

FT아일랜드의 흥행으로 회사는 성공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그러나 단기간 급성장한 탓에 경영 안정성이 탄탄하지 못했고, 씨엔블루의 데뷔를 앞두고는 회사 사정이 급격히 기울어졌다.

더이상 씨엔블루에 쓸 돈이 없는 상황에서 한 대표는 씨엔블루의 데뷔를 1년 더 미루는 과감한 수를 뒀다. 그의 완벽주의자 기질 때문이었다.

"그 때 씨엔블루는 제가 처음 생각했던 모습의 60~70% 밖에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돈을 빌려 생활비를 쥐어주면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오라며 일본으로 보냈죠."

최고의 무대를 위해서 댄스 그룹은 짜여진 안무를 수만번 연습하면 되지만, 밴드는 그만큼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는 게 한 대표의 생각이었다. 씨엔블루는 한 대표의 지원 아래 일본에서 인디밴드로 활동하며 클럽과 길거리 공연 경험을 쌓았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씨엔블루의 첫 방송을 한 대표는 보지 못했다. 절박함으로 키운 소속 가수의 데뷔 무대를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것.

씨엔블루의 사전녹화가 끝나고 현장은 술렁였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대박' 소리를 듣고 한 대표는 그 자리를 떠났다.

"집으로 오는 길 택시 안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씨엔블루가 나오기까지 힘들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죠. 집에서도 차마 TV를 보지 못하고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씨엔블루가 있었습니다."

◆엔터계, '소통'이 성실 이겨…"신뢰할 수 있는 엔터社 목표"

한 대표는 자신이 가수로 실패한 요인이 CEO로서의 성공 배경이라고 털어놨다. 참을성은 조금 없어도 호기심과 추진력이 강한 그는 평소 회사 경영은 물론 작곡 프로듀싱 독서 운동 등 여러 일을 동시에 벌이고 해낸다.

매일 정해진 업무나 일의 순서도 없다. 그의 하루는 대부분 소속 아티스트와 음악 패션 방송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일로 채워진다.

"제조업의 경우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의 성과가 좋은 편이죠.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선 소통과 자유로운 사고가 성실을 이기기도 합니다. 회사를 설립하고 하루도 똑같은 일을 반복한 적이 없습니다."

'맛있는 간식과 책'이 가장 좋은 휴식이라는 한 대표는 사무실 한 편을 책장으로 꾸며 놓았다. 그는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력과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데 책만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빼곡하게 꽂힌 책 중에는 유명한 CEO나 리더들이 쓴 자기개발서도 많았다.

그는 "장르에 상관없이 책을 좋아하는데 처음 회사를 만들고선 리더십에 관한 자기개발서를 50권 넘게 정독했다"며 "경영이라는 낯선 분야를 배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제 막 코스닥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에프엔씨엔터를 신뢰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사로 키워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화 산업 전반에서 성과를 이뤄가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약점으로 꼽히는 불확실성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아티스트 육성 뿐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아카데미, 한류 사업 등 다방면으로 길이 열린 곳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기도 합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보여지는 화려함보다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가는 모습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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