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겨울철 장염 비상
증상은 신종플루와 비슷
12월~1월까지 가장 많이 발생…설사·발열·두통, 감기로 착각
끓인 보리차에 설탕·소금 넣어 마셔야 바이러스 배출에 도움
청결한 개인 위생이 예방 최선
학교 등 공공장소서 쉽게 전염
감염자 자리·물건 살균제로 닦고 식기류 소독·손 자주 씻어줘야
[ 이준혁 기자 ] 보건당국이 초겨울 ‘바이러스성 장염’ 비상 경계령을 내렸다. 장염을 일으키는 세균이 추위에 강한 데다 겨울이 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여름보다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해 장염 환자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지난해 월별 바이러스 대장 감염’ 환자 현황을 보면 12월이 6만7780명으로 1월(9만1207명)에 이어 가장 많았다.
주변 전염 빨라
광고회사에 다니는 강현민 씨(41)는 얼마 전 장염으로 1주일을 고생했다. 뭘 잘못 먹었는지 배가 꼬르륵거리며 밤새 속이 좋지 않아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바이러스성 장염이었다. 문제는 함께 살고 있는 강씨 가족 전체(아내, 아이들, 부모님)가 며칠 간격으로 줄줄이 장염에 걸렸다는 것이다. 강씨는 “소화장애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아이들도 안아주곤 했는데, 금세 감염이 돼 놀랐다”고 말했다.
강씨처럼 부부나 가족이 함께 장염을 앓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성 장염은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거의 증식하지 못하다가 기온이 4~10도, 습도 20~40% 정도 되는 늦가을부터 증식하기 시작해 기온과 습도가 더 떨어지는 초겨울에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가 주원인
초겨울 장염을 일으키는 주원인은 노로바이러스다. 김 교수는 “여러 바이러스가 식중독을 일으키지만 노로바이러스가 약 9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성 식중독 위험이 큰 식품으로는 야채·케이크 등”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설사를 계속하고, 배를 움켜잡고 데굴데굴 구를 만큼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다. 동시에 두통이 생기며 어지럽고 열이 난다.
김지범 서울부민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이런 증상은 호흡기 증상을 제외하면 신종 플루와 비슷(고열·근육통·어지러움 등이 나타나며 설사를 동반)하다”며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신종 플루와 헷갈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성 장염 전파력은 신종 플루보다 훨씬 강하다. 신종 플루는 바이러스가 섞인 침이나 대변 등에 직접 접촉해야 전염되지만 노로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한 전염도 가능하다. 또 장염 증상이 다 없어진 뒤에도 체내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기 때문에 2주일 정도는 침, 배변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열 있으면 해열제 복용해야
건강한 성인이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극심하게 아프지만 대신 2~4일 제대로 관리하면 금방 회복이 된다. 하지만 올바로 관리하지 않으면 증상이 쉽게 악화된다.
김 과장은 “지사제를 먹으면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설사를 하면 끓인 보리차 물 1000㏄에 설탕 2티스푼과 소금 2분의 1티스푼을 넣어 계속 마시는 것이 약을 먹는 것보다 좋다”고 말했다. 물을 마시면서 설사를 계속해 원인이 되는 노로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빨리 배출하는 것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열이 있으면 해열제를 복용하며, 증상이 아주 심하면 병원에서 수액요법이나 항생제 등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끓는물에 식기류 세척도 예방법
바이러스성 장염은 학교·사무실 등 공공장소에서 쉽게 전염된다. 장주영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린이가 갑자기 배탈이 나 구토를 하면 선생님은 즉시 다른 학생과 멀리 떨어져 있게 한 뒤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토한 오물을 바로 치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염을 일으킨 사람이 구토를 한 자리, 만졌던 물건이나 문의 손잡이 등은 물로 희석한 살균세제로 닦아 주는 것이 좋다. 식재료와 식기류를 끓는 물에 가열하는 것도 확실한 예방법이다.
장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는 최소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야 죽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식기류 등을 아예 끓는 물에 살균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손을 자주 씻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도움말=김범택·장주영 아주대병원 교수, 김지범 서울부민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증상은 신종플루와 비슷
12월~1월까지 가장 많이 발생…설사·발열·두통, 감기로 착각
끓인 보리차에 설탕·소금 넣어 마셔야 바이러스 배출에 도움
청결한 개인 위생이 예방 최선
학교 등 공공장소서 쉽게 전염
감염자 자리·물건 살균제로 닦고 식기류 소독·손 자주 씻어줘야
[ 이준혁 기자 ] 보건당국이 초겨울 ‘바이러스성 장염’ 비상 경계령을 내렸다. 장염을 일으키는 세균이 추위에 강한 데다 겨울이 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여름보다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해 장염 환자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지난해 월별 바이러스 대장 감염’ 환자 현황을 보면 12월이 6만7780명으로 1월(9만1207명)에 이어 가장 많았다.
주변 전염 빨라
광고회사에 다니는 강현민 씨(41)는 얼마 전 장염으로 1주일을 고생했다. 뭘 잘못 먹었는지 배가 꼬르륵거리며 밤새 속이 좋지 않아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바이러스성 장염이었다. 문제는 함께 살고 있는 강씨 가족 전체(아내, 아이들, 부모님)가 며칠 간격으로 줄줄이 장염에 걸렸다는 것이다. 강씨는 “소화장애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아이들도 안아주곤 했는데, 금세 감염이 돼 놀랐다”고 말했다.
강씨처럼 부부나 가족이 함께 장염을 앓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성 장염은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거의 증식하지 못하다가 기온이 4~10도, 습도 20~40% 정도 되는 늦가을부터 증식하기 시작해 기온과 습도가 더 떨어지는 초겨울에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가 주원인
초겨울 장염을 일으키는 주원인은 노로바이러스다. 김 교수는 “여러 바이러스가 식중독을 일으키지만 노로바이러스가 약 9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성 식중독 위험이 큰 식품으로는 야채·케이크 등”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설사를 계속하고, 배를 움켜잡고 데굴데굴 구를 만큼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다. 동시에 두통이 생기며 어지럽고 열이 난다.
김지범 서울부민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이런 증상은 호흡기 증상을 제외하면 신종 플루와 비슷(고열·근육통·어지러움 등이 나타나며 설사를 동반)하다”며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신종 플루와 헷갈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성 장염 전파력은 신종 플루보다 훨씬 강하다. 신종 플루는 바이러스가 섞인 침이나 대변 등에 직접 접촉해야 전염되지만 노로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한 전염도 가능하다. 또 장염 증상이 다 없어진 뒤에도 체내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기 때문에 2주일 정도는 침, 배변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열 있으면 해열제 복용해야
건강한 성인이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극심하게 아프지만 대신 2~4일 제대로 관리하면 금방 회복이 된다. 하지만 올바로 관리하지 않으면 증상이 쉽게 악화된다.
김 과장은 “지사제를 먹으면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설사를 하면 끓인 보리차 물 1000㏄에 설탕 2티스푼과 소금 2분의 1티스푼을 넣어 계속 마시는 것이 약을 먹는 것보다 좋다”고 말했다. 물을 마시면서 설사를 계속해 원인이 되는 노로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빨리 배출하는 것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열이 있으면 해열제를 복용하며, 증상이 아주 심하면 병원에서 수액요법이나 항생제 등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끓는물에 식기류 세척도 예방법
바이러스성 장염은 학교·사무실 등 공공장소에서 쉽게 전염된다. 장주영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린이가 갑자기 배탈이 나 구토를 하면 선생님은 즉시 다른 학생과 멀리 떨어져 있게 한 뒤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토한 오물을 바로 치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염을 일으킨 사람이 구토를 한 자리, 만졌던 물건이나 문의 손잡이 등은 물로 희석한 살균세제로 닦아 주는 것이 좋다. 식재료와 식기류를 끓는 물에 가열하는 것도 확실한 예방법이다.
장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는 최소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야 죽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식기류 등을 아예 끓는 물에 살균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손을 자주 씻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도움말=김범택·장주영 아주대병원 교수, 김지범 서울부민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