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미생 ‘한석율’의 가면을 좋아하는 이유?

입력 2014-12-08 10:40  


“조직 사회에서 가면은 속임수인가?” 참으로 심오한 질문입니다. 중국의 인사관리 전문가인 무거 木格는 최근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책 ‘왜 가면을 쓴 사람이 인정받을까’ [청림출판사 간, 류방승 역]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가면은 편법이나 속임수가 아니라 이른바 ‘다투지 않고 이기는 전략’이며 직장인을 위한 생존 필수품이다.” 무거는 책에서 “욱하고 화가 치밀어도 온화한 표정으로 얼굴을 바꿔 칭찬을 건넬 수 있어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이어 “동료보다 앞서나가고 싶더라도 때로는 속마음을 감추고 무리를 따를 줄 알아야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해석입니다.

우리나라 남녀 직장인 716명 [남자 259명, 여자 457명]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조사주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 내 가면의 필요성’ 주제의 설문조사 진행, 방법 = 웹+모바일 설문조사, 기간 : 2014년 11월 24일~12월 6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직장인의 거의 대부분인 96.9%가 “직장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 속마음을 숨길 수 있는 가면을 쓸 필요성 있는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국내 직장인의 거의 대부분이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직장 생활의 처세술’로 꼽고 있다는 얘긴데요. 무거의 전략이 결코 틀린 얘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풀이인 셈입니다. 우리 직장인들은 그러한 이유로써 “다양한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 (50.4%)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17.1%)으로 가면을 써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나의 평판을 관리하기 위한 처세술이다 (14.1%) ▲나만 가면을 안 쓰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11.7%)을 가면을 써야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동의 하시나요?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가면의 종류는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이에 대해 “부하직원 및 상사에게 화가 나도 욱하지 않고 좋게 말할 수 있는 가면 (34.4%)”을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싫어하는 동료와도 무난하게 지낼 수 있는 가면 (32.8%) ▲울고 싶은 상황에서도 상사에게 환하게 웃어 보일 수 있는 가면 (11.7%) ▲거래처와의 계약을 위해 잠시 비굴해지는 것도 견딜 수 있는 가면 (10.8%) ▲프레젠테이션 등 중요한 기회에 자신감 넘치게 행동할 수 있는 가면 (10.2%)을 필요한 가면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직장인 일부는 ‘마음처럼 가면을 쓸 수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때로 “욱 한다”는 건데요.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가운데 약 22.2%가 ‘속마음을 감추기 위해 가면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종합상사맨의 직장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 최근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는 드라마 ‘미생’의 등장 인물에 비유해 가장 탐내는 가면을 쓴 주인공에 대한 조사도 해 보았습니다.

이에 43.4%의 직장인이 ‘한석율’을 꼽아 1위에 올렸습니다. 한석율을 지지한 직장인들은 그가 ‘친화력 넘치고 화가 나도 웃을 수 있는 ’유머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응답자의 20.7%는 한석율에 이어 ‘뛰어난 실력을 감추고 선배를 따르는 추종의 가면을 쓴 안영이 ’를 선택했습니다.

이와 달리 ▲속은 단단하지만 남들 눈에는 순해 보이는 약세의 가면을 쓴 ‘장그래’와 ▲일을 위해서는 사내 권력과의 대립도 개의치 않는 능동의 가면을 쓴 ‘오상식 과장’을 선택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특히 ▲장백기 처럼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할 수 있는 과시의 가면을 쓰고 싶다고 답한 이들은 4.3%로 소수에 머물렀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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