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민 기자 ]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및 사외이사 관련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달 말 내놓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시행 시기를 잠정 연기했다. 재계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CEO 및 임원을 추천하게 한 조항 등으로 인해 금융회사의 주주 권한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권력화’만 부추길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탓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9일 “모범규준 입법예고 기한이 끝나는 10일 금융위 회의에서 의결한 뒤 즉시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2주간 연기해 업계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해 24일 전체회의에서 구체적 내용과 시행 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를 포함한 임추위를 상시 가동해 CEO 및 임원을 추천하도록 한 조항(제14조)이다. 업계에선 대주주의 CEO 임명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임원들이 사외이사들한테 줄을 서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주주가 분명한 보험회사나 카드회사 등 제2금융권 자회사를 둔 대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EO 자격을 금융회사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 제한한 점(제32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역시 주주에게 부여된 인사권과 경영권을 옥죌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위가 모범규준 중 일부 조항을 삭제하거나 예외조항을 두는 식으로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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