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가한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에 대한 특별 선물로 조선시대 왕이 신던 '적석'과 맞춤형 기능성 운동화를 준비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적석은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국가행사에 왕이 신던 의례용 신으로, 국립고궁박물관의 왕실복원사업에 참여해 수년간 적석 재현에만 몰두해 복원에 성공한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7호 화혜장 안해표 명인이 제작한 작품이다.적석은 비단과 홍베, 종이만을 사용해 대나무 바늘로 바느질하고 500번 이상 나무망치로 두드려 형태를 잡은 뒤 온돌방에 불을 지펴 말려 완성한 예술품이다. 안 명인은 "아세안 정상들께 신을 지어 올릴 수 있는 천운이 저에게 온 것이 꿈만 같아 지난 몇 개월 동안 힘들게 작업했지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적석과 함께 전달한 운동화는 아세안 10개 국 국기를 바탕으로 디자인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제품이다. 덥고 습한 아세안 국가들의 환경에 적합하도록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기능성 운동화로 부산지역 업체인 ㈜에이로가 만들었다.각 나라별 디자인 작업을 하고 각국 대사관을 통해 정상들의 발사이즈를 미리 파악해 맞춤형으로 특별 제작, 부산시민의 환영과 정성을 담았다. 현재 출시된 운동화 중 최고 수준의 기술을 집약, 부산 신발산업의 우수성도 보여줬다. 이같은 선물은 4개월 전 시청 간부들의 회의와 박물관·미술관장의 자문을 통해 광안대교 모형과 도자기 등의 후보작을 제치고 최종 낙점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신발을 주면 도망간다는 한국 속담이 있는데 외국에도 이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끝에 신발을 선물로 선택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부산시는 이러한 선물을 12일 각국 대사관 숙소로 전달했다. 선물 꾸러미 속에 적석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제작 과정, 운동화 기능에 대한 설명서도 담긴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선물을 주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광역단체장이 자국 대통령에 선물을 주는 것은 모양새가 맞지 않다고 판단, 선물 수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행사지원단 박준우 담당관은 "전통의 맥을 이어 내려오는 신을 짓는 기술과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부산신발산업기술을 한데 엮어 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의 비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산시는 부산을 찾은 영부인들에게는 자개보석함을, 각국 대표단 일행에게는 부산 홍보물을 가득 채운 파우치가방을 선물한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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