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이 더 위기다] 싱가포르 의사 10명 중 4명은 외국인…100만명 의료관광 온다

입력 2014-12-1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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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외국의사로 의료관광 강국 된 싱가포르

英·인도·한국인 의사까지 4539명, 외국관광객 진료
의료관광 매출 30억달러

5성급 의료관광호텔 개장…최고급 스파·쇼핑몰 갖춰
국내 외국면허 의사 40명…메디텔 규제도 까다로워



[ 강현우 기자 ]
싱가포르 옛 시가지인 리틀인디아 지역. 지하철 패러파크역 바로 옆 3만㎡ 부지에 20층짜리 메디텔(의료관광호텔) ‘커넥시온’이 지난달 개장했다. 8억달러가 투입된 커넥시온은 병상 220개의 종합병원과 189개 개인병원, 객실 250개의 5성급 호텔, 최고급 스파와 쇼핑몰이 있는 싱가포르 최초의 메디텔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커넥시온과 같은 최고급 메디텔을 지속해서 늘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같은 주변국은 물론 인도, 중동, 중국 등의 부자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의사 10명 중 4명은 외국면허

의료 시장분석업체 인터내셔널메디컬저널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2012년 기준 100만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했다. 2000년 15만명에서 6배 넘게 커졌다. 같은 기간 의료관광 매출은 4억3000만달러에서 30억달러로 뛰었다. 반면 2012년 한국을 찾은 의료관광객은 13만명에 불과했다.

싱가포르가 의료관광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에는 국제 의사 교류 정책이 있다. 탁월한 기술력을 갖추고 외국어 구사 능력이 있는 해외 의료진을 적극 유치해 의료관광 자원으로 적절히 활용했다는 평가다.

싱가포르에는 의과대학이 3개밖에 없다. 연간 배출되는 의사는 650여명. 싱가포르 정부는 부족한 의사를 해외에서 데려오는 정책을 폈다. 작년 말 기준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1만1433명의 의사 가운데 4539명(39.7%)이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다. 영국, 인도, 호주 등 과거 영연방 국가와 이웃 나라인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출신 의사들이 많으며, 한국 면허(한국인) 의사도 7명이다. 싱가포르인으로서 외국 면허를 가진 의사 1518명(10.7%)도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를 찾는 의료관광객은 자국 출신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커넥시온은 소속 의사 250명 가운데 30여명을 인도, 인도네시아, 영국 등 출신으로 채웠다.

공공병원인 탄톡생병원 재활의학과 김종문 전문의는 “한국도 의료관광을 활성화하려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의료 수준이 높으면서 중국어나 영어가 되는 국가의 의사들을 국내로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 면허 의사는 40여명밖에 안된다. 한국에서 외국 면허 의사가 개업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예비시험과 국가시험까지 모두 통과해야 하는 등 조건과 절차가 까다롭다.

의료관광 전담기구 일원화

싱가포르 의료관광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정책 입안·추진·점검 등 모든 권한이 보건부 산하 기구인 ‘싱가포르 메디신’으로 일원화돼 있다는 점이다. 2003년 보건부·상공부·관광청·국제기업청 등 4개 부처 합의로 탄생한 기구다. 싱가포르 메디신은 의료서비스 질과 가격 관리, 국제 의사 교류, 의료관광객 유치, 병원 해외 진출 등 의료서비스에 관한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반면 한국의 의료관광은 복지부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한국관광공사,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하 KOTRA 등이 제각각 추진하고 있다.


규제 완화로 외국 자본 유치

민간병원에 자율성을 보장한 것도 싱가포르 의료관광 활성화의 비결로 꼽힌다. 커넥시온은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의료서비스 육성 방안에 담긴 규제 완화 방침보다 훨씬 더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의료법인인 패러파크호스피텔이 호텔과 쇼핑몰 등 시설 전체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한다. 환자와 가족들이 병원 원무과를 통해 호텔을 예약할 수 있다. 한국이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메디텔을 운영하도록 추진하는 것에 비해 운영 효율성이 높다.

또 국내 메디텔이 한 건물에 있으려면 층을 다르게 하거나 같은 층인 경우 격벽과 별도 출입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과 달리 커넥시온은 공간 분리 규제를 받지 않는다. 병원과 호텔이 주방을 공유하기 때문에 병실에서 호텔급 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민간병원들은 자율성을 무기로 외국인 환자를 적극 유치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1위 민간병원인 파크웨이는 매출 7억4851만달러에 순이익 7170만달러로 이익률이 9.5%에 달한다. 2위인 래플스는 매출 3억4098만달러에 순이익이 9432만달러로 이익률이 27.6%나 된다.

의료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외국계 병원도 줄을 잇고 있다. 파크웨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37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계 다국적 의료그룹 IHH 소속이다. 지난해 2월에는 인도 1위 병원기업인 포티스가 의사 120명 규모의 대장 전문 병원을 열었다.

싱가포르=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특별취재팀=박수진 산업부 차장(팀장), 강현우 산업부 기자,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공동기획 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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