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휴대폰 부품 납품업체 폐업 속출
"구미 2産團 구조조정기업 200곳 넘어"
주변 상권 손님 끊겨…부동산도 휘청工團
[ 김인완/하인식/강종효/김덕용 기자 ]
시화 반월 남동 창원 대불 등 전국 주요 산업단지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재고는 쌓이고 있다. 산업단지 인근 상권도 불황으로 손님이 뚝 끊기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감 줄어 죽을 맛”
인천 남동 산업단지에 있는 공장에서 휴대폰 키패드 등을 생산하는 연매출 700억원대의 M사는 최근 공장을 팔고 임대공장으로 옮겼다. 직원도 70%가량 줄였다. 휴대폰 제조업이 깊은 불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남동 산단의 공장가동률은 정상 수준(80%)을 밑도는 78~79%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곳에 있는 제조업체 수는 6908개로 1년 전보다 159개 줄었다.
창원 산단도 입주기업 수가 2338개로 전년보다 95개 감소했다. 정상 가동 중인 업체는 2160개에 불과하다. 공장가동률도 77.8%로 지난해 9월보다 2.9%포인트 떨어졌다. 창원 산단 내 전자부품업체인 B사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 주야간 2교대를 중단한 지 오래고 오후 5시면 ‘칼퇴근’한다”며 푸념했다. 그는 “지금은 낮은 금리 덕분에 버티고 있긴 하지만 내년에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문을 닫는 업체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구미 2산단은 자체 제품 생산을 줄이고 임가공으로 연명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휴대폰부품 제조업체인 C사는 자동차부품 조립 물량을 수주받아 단순 조립하는 임가공을 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2개월 전부터 휴대폰 부품 주문이 끊겨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일”이라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 2산단에서 설비 인력을 놀리거나 구조조정에 나선 중소기업체 수가 2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내년이 더 걱정”
대불 산단의 지난 9월 공장가동률은 74.9%다. 여전히 나쁜 수준이지만 1년 전(67.7%)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산단 내 가동업체 수는 올해 초 270개에서 이달 303개로 늘었다.
대불 산단 내 선박블록 업체인 D사 김모 대표는 “지난해 뚝 끊겼던 주문 물량이 올 들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이 지났을 뿐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가 수주가 많아 일감이 약간 늘었어도 수익성 개선까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용접공 등 인력 확보난에다 인건비까지 올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박기자재 업체인 E사 박모 대표는 “작년보다 좋아진 곳은 대형 조선사와 거래하는 일부 기업들뿐”이라며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님 끊긴 주변 상권 ‘발동동’
창원 산단에 인접한 상업지구인 상남·중앙동 일대는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있다. 상남동에서 10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 대표(51)는 “경기가 좋을 땐 예약을 잡는 전화가 불이 났는데 지금은 두세 명씩 오는 손님들로 겨우 식당을 운영한다”고 토로했다. 5년째 대리운전을 하는 김모씨(48)는 “예전 같으면 하루에 적어도 7~8회 ‘콜’이 들어왔는데 요즘은 3~4회만 겨우 받는다”고 했다.
구미 산단 인근 식당과 술집도 마찬가지다. 업주들은 “대기업 직원들의 회식이 눈에 띄게 줄었고 일반 손님마저 감소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부동산 시장도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구미 산단 공장은 3.3㎡당 450만~460만원 선으로 연초보다 50만~100만원 떨어졌다. 구미 산단 인근 상모사곡동과 오태동 원룸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공실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후문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2007년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휴대폰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이후 4~5년 동안 원룸 경매물건이 엄청나게 쏟아졌다”며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잘 되는 곳은?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이 있는 청주 산단 인근의 부동산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력업종 가운데 반도체는 경기가 비교적 좋기 때문이다. 청주 산단이 있는 송정동 주변 땅값은 2~3년 전만 해도 3.3㎡당 60만원대였는데 지금은 80만원대로 올랐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땅 주인들이 3.3㎡당 1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어 매매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 10대 산업단지 가운데 가동률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지난 9월 86.6%)이다. 하지만 가동률이 높은 것은 조선·중공업 업체들이 ‘저가 수주’를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일감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지 경기가 좋아서가 아니라는 게 이곳 기업인들의 얘기다.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의 수입 감소로 공장 문을 닫는 곳도 나오고 있다. 심민령 울산시 석유화학계장은 “울산 산단 가동률이 80%를 넘지만 과거처럼 호황을 누리는 시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천=김인완/울산=하인식/창원=강종효/대구=김덕용 기자 i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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