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잘 마시던 '주당'들…이제 2000㏄도 힘들다면 위·콩팥 기능 저하된 것

입력 2014-12-13 03:00  

알아야 건강, 이것이 궁금하다


양모씨(56·자영업)는 올해 연말 술자리가 편치 않다. 30~40대 때에는 두주불사(斗酒不辭)라는 소리까지 듣곤 했는데 요즘은 술이 약해진 것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한창 때는 맥주 5000㏄ 이상 마시곤 했는데 요즘은 2000㏄도 버겁다.

젊을 때는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뒤 10~15분쯤부터 화장실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한 번 갈까 말까 한다. 양씨는 소변을 만드는 콩팥에 이상이 생겨 알코올을 소변으로 잘 배출하지 못하게 됐고 덩달아 술도 약해진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양씨의 우려대로 맥주를 마실 때 화장실을 자주 가는 사람은 건강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인체의 혈액 총량은 약 5L다. 이 중 적혈구·백혈구 등을 제외한 순수한 물은 약 2.5L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한자리에서 맥주를 5000㏄ 이상 마시면 평소 혈액 속에 든 물의 두 배쯤 되는 수분이 공급된다. 하지만 인체는 이렇게 많은 물을 오래 담아둘 수 없다.

의학적으로 소변을 너무 많이 보는 질병이 있는데 이를 ‘요붕증’이라고 한다. 심하면 하루 소변 양이 30L에 이른다. 1시간에 평균 1.25L나 된다. 맥주 5000㏄를 마시면 인체는 일시적으로 요붕증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몸에 5L 이상 들어온 물을 소변으로 처리하려면 시간당 1.2L의 소변을 봐도 4시간이나 걸린다. 이렇게 소변을 배출하지 않으면 많은 양의 맥주를 마시기 어렵다.

물과 알코올이 몸 안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는 술을 많이 마실 수 없다. 맥주를 마실 때 화장실에 자주 가는 사람이 술을 처리하는 능력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우회적으로 이런 사람이 술이 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맥주를 마실 때 화장실에 자주 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 누가 더 건강할까. 젊을 때 맥주를 많이 마시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주량이 줄어들었다면 위와 콩팥 기능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알코올과 물은 위에서도 흡수되므로 위가 튼튼한 사람이 알코올과 물 흡수가 더 활발하다. 나이가 들면 대개 위 기능이 떨어진다.

콩팥 기능도 감소한다. 콩팥에서 소변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줄어든다. 만약 콩팥이 시간당 1.25L나 되는 많은 소변을 만들어낼 정도로 튼튼하지 않다면 맥주를 한자리에서 5000㏄까지 마시기 어렵다.

물론 술이 약하다고 해서 위 또는 콩팥 건강에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젊을 때 술을 잘 마셨던 사람이 나이 들면서 술이 약해졌다면 위와 콩팥 등의 기능 저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과음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콩팥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콩팥의 기능이 약해져 있으므로 과음은 절대 금물이다. 이런 사람이 과음하면 콩팥은 물론 위·간 등 여러 장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술자리에서 요의(尿意)가 느껴지면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김성권 < 서울K내과 원장 (전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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