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1000원숍의 진화

입력 2014-12-14 20:36   수정 2014-12-15 05:02

1000원숍은 예전에 시장마다 있었던 ‘만물상’의 현대식 버전이다. 주방용품부터 문방구, 아이디어상품 등 수만가지를 판다. 경쟁자라면 동네 가게, 슈퍼, 전통시장 등이다. 요즘은 대형마트까지 위협한다. 가장 먼 대척점에 있는 유통채널은 명품매장이다. 명품매장이 1% 상류층을 겨냥한다면 1000원숍은 비싼 물건을 살 수 없는 대다수 중하류층이 대상 고객이다. 초저가할인매장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에는 100엔숍이 있고 미국에는 달러스토어가 성업 중이다.

엊그제 국내 최대 1000원숍인 다이소아성산업이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창업 17년 만에 매장을 970개까지 늘리며 세운 기록인데 단순 계산하면 1000원짜리 10억개를 판 것이다. 대단한 기록이지만 일본이나 미국 사례를 보면 우리 1000원숍 시장도 더 성장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일본 100엔숍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다이소산업은 일본 2700개를 비롯 전 세계 30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 매출은 3000억엔(약 2조8350억원)이 넘는다. 미국에는 군소업체를 합해 약 3만개의 달러스토어가 있다. 1위 업체인 달러제너럴의 올해 매출은 175억달러(약 19조6000억원)로 예상되고 있다.

1000원숍은 원래 작은 틈새시장을 노린 업태였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오히려 주요 유통채널로 급성장하고 있다. 경기가 좀체 회복되지 않아 주머니가 얄팍해진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게 된 덕분이다. 그러나 그보단 합리적인 소비가 늘어난 데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 돈이 없어서 싼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물건을 더 비싸게 주고 샀던 불합리를 소비자 스스로 개선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정보 덕분이다.

1000원숍이 주된 유통채널로 크게 된 데는 또 공급망관리 등 물류혁신의 힘도 컸다. 예전에는 원가를 지나치게 낮추다 보니 품질에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품질이 좋으면서도 가격경쟁력도 있는 제품을 쉽게 조달하게 되면서 경쟁양상이 바뀌게 된 것이다. 다이소아성산업의 경우도 35개국 3600개 업체에서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1000원숍들이 요즘 신경쓰고 있는 것은 상점 내외부의 고급화다. 싼물건을 구매하더라도 이왕이면 정갈하고 세련된 곳에서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멀리 다닐 일 없고, 많이 살 일 없는 시니어들도 1000원숍의 주요 고객이라고 한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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