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맷집 약해져
483억원이던 국민총소득, 3만배 늘어 1441조원
내수기반인 민간소비는 GDP의 86%→51% 추락
[ 김유미 기자 ] 몸집은 키웠지만 맷집은 그러지 못했다. 한국 경제 60년을 돌아본 평가다. 한국은행이 최신 기준에 맞춰 작성한 1950~1960년대 통계를 보니 지난 6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394배 불어났다. 반면 내수 기반인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86%에서 51%로 고꾸라졌다. 고성장시대로 돌아가기엔 저축률, 투자율 등 많은 면에서 뒷걸음질했다.
○60년간 총소득 3만배로
한은은 15일 이 같은 내용의 1953~1999년 국민계정 통계를 내놓았다. 최신 국제기준(2008SNA)을 적용하고 기준연도도 2005년에서 2010년으로 개편했다. 2000년 이후 통계는 올초 개편작업을 마쳤다. 이로써 1953~2013년의 장기통계가 완전한 모습으로 갖춰졌다.
가계와 기업, 정부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국민총소득(GNI)은 1953년 483억원에서 2013년 1441조원으로 2만9833배가 됐다. 1인당 GNI는 같은 기간 67달러(2400원)에서 2만6205달러(2869만원)로 394배 확대됐다. 소득 자체도 높아졌지만 물가가 급등(1970년대 연평균 18.7%)한 요인도 컸다.
1인당 GNI의 국제 순위는 1970년 125위였다가 지난해 42위까지 올랐다. 2012년 인구 4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선 미국(1인당 5만2013달러) 일본(4만8324달러) 독일 등에 이어 1인당 국민소득 7위에 해당했다.
○내수 공백은 커져
생산구조의 변화가 소득을 끌어올렸다. 1953년엔 GDP의 48.2%가 농림어업에서 나왔다. 당시 7.8%에 불과했던 제조업 비중은 중화학공업 육성 등을 통해 2000년 29.0%까지 높아졌다.
이후 구조변화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지난해(31.1%)까지 제조업비중은 불과 2.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철강·전자·화학 등 자본집약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산업 구조조정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투자 활력도 예전만 못하다. GDP 대비 설비투자는 1953년 1.7%에서 1990년 14.5%까지 급등했다가 지난해 8.6%로 주저앉았다.
내수의 또 다른 축인 소비 역시 공백이 커졌다. 가계 등 민간소비의 GDP 비중은 1953년 86.5%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51.0%에 머물렀다. 한은은 올해도 민간소비가 2.0%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성장 언제까지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수출이었다. 1953년 12.5%에 그쳤던 GNI 대비 수출입은 2013년 105.9%까지 확대됐다. 올 하반기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서 기업 저축률은 1980년 11.8%에서 2013년 21.5%까지 높아졌다. 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면서 현금을 쌓아둔 결과이기도 했다.
가계저축률은 1953년 4.6%에서 1990년 21.7%까지 올랐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2013년 4.5%로 추락했다. 이동원 한은 국민소득총괄팀 차장은 “1960~1980년대엔 가계소득 증가율이 소비 증가율을 웃돌면서 가계 소비여력을 키웠지만 1990년대 이후는 그 반대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성장률로도 이어졌다. 실질 GDP증가율은 1950년대 연평균 5.8%에서 1970년대 10.4%까지 높아졌지만 그게 정점이었다. 2010년대엔 3.9%까지 떨어졌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다음달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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