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장 선임 이사회 '강행' … 학교 시끄러운 이유는?

입력 2014-12-16 10:46   수정 2014-12-16 13:15

[ 김봉구 기자 ] 논란 속에 총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를 예정대로 개최한다. 불교 조계종 종단 개입 논란으로 시끄러운 동국대 얘기다.

동국대 법인은 16일 오전 이사회를 연다.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은 18대 총장 선임 건이다. 대학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에서 선정한 3명의 최종 후보 중 2명이 사퇴했다. 따라서 단독 후보가 됐다. 마지막 남은 후보는 불교학부 한태식 교수(법명 보광스님)이다.

보광스님이 총장으로 최종 선임되면 조계종 총무원장과 동국대 총장을 지냈던 지관스님 이후 24년 만에 ‘스님 총장’이 된다.

앞서 김희옥 현 총장과 최종 후보에 오른 조의연 교수(영어영문학부)가 각각 ‘종단의 뜻’과 ‘종단 개입’을 이유로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학교 구성원들은 “종단이 학교 총장 선거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총추위 추천을 거쳐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일련의 사립대 총장 선출 절차에서 단독 후보만 남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상 경선이 아닌 신임 여부를 묻는 셈이다. 총장으로 선임된다 해도 정통성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지난 2010년 고려대 총장 선거에서 최종 후보 3인에 오른 장하성 교수가 “(사실상 총장이 내정된) 무의미한 절차”라며 사퇴한 전례는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사퇴는 없이 경선 형태를 유지했다.

학교 내부에선 이 같은 후보들의 잇따른 사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완주하고, 결과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게 올바른 방향이란 것.

한 동국대 교수는 “학교 총장 선거가 우습게 됐다. 해교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능성 없다고 사퇴해 버리면 해당 후보를 지지한 구성원들의 뜻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며 “종단이 문제라고 하는데, 문제 제기한 특정 후보도 총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종단을 열심히 찾아다닌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번 동국대 총장 선거에서 논란이 된 종단 개입은 과연 사실일까.

그럴 개연성이 높다. 총장 선임은 이사회 권한이다. 총추위에서 최다 득표를 해도 이를 반영할 의무는 없다. 최종 후보 3명 가운데 선임하기만 하면 된다. 누가 되든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이와 별개로 굳이 후보에게 사퇴를 권한 것은 종단 차원에서 움직였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학교 관계자는 “공식 총장 선임 권한을 가진 이사회의 의지와 상관없이 더 높은 곳(종단)의 뜻이 있는 것 같다” 며 “이사회가 제대로 컨트롤 되지 않는다거나 종단 내부의 역학관계 때문에 총추위 투표 1순위인 김 총장에게 사퇴를 권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동국대 교직원들은 대부분 “누가 총장이 될지와 스님 총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종단이 학교의 총장 선임 절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동국대 이사회 구성이 편향된 점도 종단 개입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사진 13명 가운데 이사장 정련스님을 비롯한 9명이 승려다. 종립대학이라 해도 비중이 높다.

기독교 재단인 연세대의 경우 12명의 이사 가운데 목사(기독교계)는 2명이다. 또한 사회유지 2명을 기독교계 인사 2명으로 채웠다. 이를 합쳐도 4명으로 과반수를 넘지 않는다. 가톨릭 예수회 재단인 서강대도 이사 12명 중 이사장 김정택 신부를 비롯한 사제가 6명이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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