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

입력 2014-12-16 12:48  

<p>연말 훈훈한 미담 기사가 보도됐다. LG전자와 LG트윈스가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했다는 내용이다. LG전자와 LG트윈스는 2천만 원을 적립해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 15일 기부했다. LG트윈스 선수들이 안타를 치면 자연스럽게 기금이 적립돼 기부하는 방식이다. LG전자와 LG트윈스가 2006년부터 공동으로 진행 중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박수를 보낸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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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욱 (주)마이스터 연구소 소장
국내 재벌 중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거부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역사 속에는 3대 가기 힘들다는 부를 무려 12대까지 이어오면서 300년 가까이 선행을 베푼 가문이 있다. </p>

<p>경주 최부잣집 이야기다. 최부잣집은 나라에 흉년이 들면 가문 주변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집 앞마당에 100일 동안이나 대형 가마솥을 내걸었다. 나라를 빼앗겼을 땐 독립자금을 대다가 재산을 압류당하기도 했다. 광복 이후에는 모든 재산을 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대학교와 기업에 각각 기부했다. </p>

<p>만석꾼 집안이었던 최부자 가문의 재산을 지금 시세로 따져보면 수천억 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말로 잘 나가는 재벌 집안이다. 현재 단위로 쌀 1석은 한 가마니 정도에 해당한다. 최부잣집은 부와 권력의 유착을 경계하고 재산이 만석을 넘어갈 경우 사회에 환원하고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베풀었다. </p>

<p>흉년에는 남의 불행을 기회삼아 재산을 늘리려 하지 않았다. 시집 온 며느리에게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 남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도록 교육했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1년에 쌀 1천 가마를 기부했다. 최부자 가문이 베푼 이 같은 구휼은 거의 매년 연례행사처럼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졌고, 오늘날에도 부자들이 갖춰야할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표상이 되고 있다. </p>

<p>최부잣집은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덕목을 가훈으로 삼았다. 이 가훈은 이른바 수신제가에 꼭 지켜야 할 육연과 육훈으로 이뤄져 있다. </p>

<p>최부자 가문의 육연(六然. 자신을 지키는 교훈)은 1. 자처초연(自處超然, 스스로를 초연하게 지내고) 2. 대인애연(對人靄然, 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며) 3.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지고) 4. 유사감연(有事敢然,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 5. 득의담연(得意淡然,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한다) 6. 실의태연(失意泰然, 실패했을 때는 태연히 행동한다)이다.</p>

<p>최부자 가문의 육훈(六訓, 집안을 다스리는 교훈)은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마라(높은 벼슬에 올랐다가는 분쟁이 휘말려 화를 집안으로 불러올 수 있다) 2. 만석(萬石)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에 돌려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3.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흉년 때 먹을 것이 없어서 남들이 싼 값에 내놓은 논밭을 사서 그들을 원통하게 해서는 안 된다) 4.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누가 와도 넉넉히 대접하여,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 후 보내라) 5.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특히 흉년에는 양식을 풀어라) 6.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내가 어려움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p>

<p>'3대 이상 부자 없다'는 속설을 이겨내고 최부잣집 가문이 1960년대까지 만석꾼을 유지했던 것은 그 가문만의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 공헌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했다. </p>

<p>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일부 대기업이 거액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사회 환원을 발표한 시점이 대기업이 수사를 받거나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뒤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남모르게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기부 등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어떻게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다.</p>

<p>다행히 기업들의 기부 규모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추세다. 기부문화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뒤 실천하는 나눔이 아닌, 대기업 재정이 아닌, 독자적으로 기부활동을 펼치는 진정한 기부문화 정착이 필요한 과제이다. 물론 개인들도 재능 기부나 물질 기부 등 다각적인 기부활동의 영역을 펼치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가진 사람들의 의무라 할 것이다.</p>

<p>냇물이 모여 큰 바닷물이 되듯이, 자신의 힘은 적지만 나눔의 힘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남을 위해서 내가 하는 작은 일이 도움이 되며, 남에게 내 자신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긍심이 퍼져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p>

<p>십시일반(十匙一飯). 밥 열 술이 한 그릇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는 의미이다. 십시일반의 자세로 국민 모두가 나눔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p>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김연욱 (주)마이스터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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