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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욱 (주)마이스터 연구소 소장 |
<p>경주 최부잣집 이야기다. 최부잣집은 나라에 흉년이 들면 가문 주변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집 앞마당에 100일 동안이나 대형 가마솥을 내걸었다. 나라를 빼앗겼을 땐 독립자금을 대다가 재산을 압류당하기도 했다. 광복 이후에는 모든 재산을 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대학교와 기업에 각각 기부했다. </p>
<p>만석꾼 집안이었던 최부자 가문의 재산을 지금 시세로 따져보면 수천억 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말로 잘 나가는 재벌 집안이다. 현재 단위로 쌀 1석은 한 가마니 정도에 해당한다. 최부잣집은 부와 권력의 유착을 경계하고 재산이 만석을 넘어갈 경우 사회에 환원하고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베풀었다. </p>
<p>흉년에는 남의 불행을 기회삼아 재산을 늘리려 하지 않았다. 시집 온 며느리에게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 남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도록 교육했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1년에 쌀 1천 가마를 기부했다. 최부자 가문이 베푼 이 같은 구휼은 거의 매년 연례행사처럼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졌고, 오늘날에도 부자들이 갖춰야할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표상이 되고 있다. </p>
<p>최부잣집은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덕목을 가훈으로 삼았다. 이 가훈은 이른바 수신제가에 꼭 지켜야 할 육연과 육훈으로 이뤄져 있다. </p>
<p>최부자 가문의 육연(六然. 자신을 지키는 교훈)은 1. 자처초연(自處超然, 스스로를 초연하게 지내고) 2. 대인애연(對人靄然, 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며) 3.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지고) 4. 유사감연(有事敢然,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 5. 득의담연(得意淡然,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한다) 6. 실의태연(失意泰然, 실패했을 때는 태연히 행동한다)이다.</p>
<p>최부자 가문의 육훈(六訓, 집안을 다스리는 교훈)은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마라(높은 벼슬에 올랐다가는 분쟁이 휘말려 화를 집안으로 불러올 수 있다) 2. 만석(萬石)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에 돌려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3.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흉년 때 먹을 것이 없어서 남들이 싼 값에 내놓은 논밭을 사서 그들을 원통하게 해서는 안 된다) 4.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누가 와도 넉넉히 대접하여,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 후 보내라) 5.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특히 흉년에는 양식을 풀어라) 6.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내가 어려움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p>
<p>'3대 이상 부자 없다'는 속설을 이겨내고 최부잣집 가문이 1960년대까지 만석꾼을 유지했던 것은 그 가문만의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 공헌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했다. </p>
<p>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일부 대기업이 거액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사회 환원을 발표한 시점이 대기업이 수사를 받거나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뒤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남모르게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기부 등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어떻게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다.</p>
<p>다행히 기업들의 기부 규모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추세다. 기부문화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뒤 실천하는 나눔이 아닌, 대기업 재정이 아닌, 독자적으로 기부활동을 펼치는 진정한 기부문화 정착이 필요한 과제이다. 물론 개인들도 재능 기부나 물질 기부 등 다각적인 기부활동의 영역을 펼치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가진 사람들의 의무라 할 것이다.</p>
<p>냇물이 모여 큰 바닷물이 되듯이, 자신의 힘은 적지만 나눔의 힘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남을 위해서 내가 하는 작은 일이 도움이 되며, 남에게 내 자신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긍심이 퍼져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p>
<p>십시일반(十匙一飯). 밥 열 술이 한 그릇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는 의미이다. 십시일반의 자세로 국민 모두가 나눔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p>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김연욱 (주)마이스터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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