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엔低와 저유가 파고를 넘으려면

입력 2014-12-16 20:57   수정 2014-12-17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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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저유가 파장과 엔저 공세
100엔=1천원 환율 유지되게 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로 투자유도해야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



최근 아베노믹스(아베 정부의 경기부양책) 설계자로 알려진 하마다 고이치 교수가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를 하겠다며 던진 농담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소위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세 분야, 즉 확장적 금융정책, 재정정책, 성장촉진을 위한 구조개혁정책으로 이뤄져 있는데 하마다 교수는 이 세 개 분야에 대해 각각 학점을 매겼다.

금융정책은 돈을 화끈하게 풀었으므로 A학점을 줄 수 있고 재정정책은 약간 미흡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으니 B학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구조개혁정책은 워낙 안 좋아서 낙제점을 주고 싶지만 F를 줄 정도는 아니고 D학점보다는 낮은 학점을 받아야 하므로 D와 F의 중간 등급을 부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개발한 ‘E’학점을 주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결국 세 과목의 성적은 ‘A’ ‘B’ ‘E’ 가 된다. 그런데 이 세 개의 학점을 합쳐서 읽으면 아베(Abe)가 된다.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름의 영어 표현을 따서 만든 농담이지만 새겨들을 만한 평가가 포함돼 있다. 이렇게 평가를 잘하는 하마다 교수가 ‘초이노믹스(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학점을 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화끈한(?) 화폐 발행으로 인해 엔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일본에서도 수입 부문 종사자들과 중소기업들은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알맹이가 없다는 혹평도 나오지만 최근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 이후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장기집권 가능성까지 얘기되고, 이와 맞물려 아베노믹스의 수명은 연장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최근 일본 경제의 모습은 다소 긍정적이다. 일본 경제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9%(전기 대비 연율)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블룸버그는 4분기 증가율을 1.9%로 예측하는 등 회복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또 가계소비가 전분기보다 0.4% 증가하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수도권 부동산가격은 9월 중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효과가 작동하면서 일본의 경상수지는 2분기 3000억엔 흑자, 3분기에는 1조7000억엔 흑자를 기록하면서 흑자폭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모두 증가해 엔저에 따라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바라보는 한국의 심정은 복잡하다. 크게 보면 일본 경제가 재정위기 없이 순항하는 것이 한국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엔저가 유도되면서 한국의 수출 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상황은 영 불편하다. 엔저 여파가 일부 산업에 치명타를 안기면서 그렇잖아도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는 전자와 자동차산업마저 어려워지고 있으니 문제는 복잡해진다.

더구나 최근 저유가 국면이 한국을 괴롭힐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석유화학과 정유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중동에서의 건설 발주 감소로 인해 건설과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어들고 철강까지 힘들어지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물론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상수지 개선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 등 에너지 수출국의 디폴트 가능성을 감안하면 악재적 요소가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엔저와 저유가의 파고를 잘 넘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조합이 필요하다. 특히 타격이 큰 일부 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함께 원·엔 환율을 100엔당 1000원 정도로 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더해 미래 먹거리 창출 정책 추진과 함께 최근 검토되는 수도권 규제 완화 등 다양하고도 강력한 투자촉진 정책이 가시화돼야만 한국 경제가 난관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학점을 주기는 이르지만 한국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순항을 해 초이노믹스는 아베노믹스와는 달리 AAA, 즉 ‘트리플A’ 학점을 받는 ‘트리플A 노믹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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