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는 강군'펴낸 허평환 전 기무사령관 "잦은 軍 사고, 병영 현장과 멀어진 간부들이 문제"

입력 2014-12-16 21:07   수정 2014-12-17 05:30

엉뚱한 처방 나오고 문제 반복
지휘관은 '부모의 마음' 가져야
통일에 대한 섣부른 기대 '금물'



[ 이해성 기자 ] “군 수뇌부들 정말 정신차려야 돼요.”

최근 ‘친자식·친형제로 뭉친 승리하는 강군’이란 책을 펴낸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육사 30기·사진)의 말이다. ‘동료를 조준사격하는 군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동료를 끝까지 패 죽이는 군대’ 등 끊이지 않는 군 사건을 지켜보며 ‘너무 화가 나서’ 책을 썼다고 그는 말했다. 책에는 지휘관으로서 군생활 내내 병사들과 직접 부대끼며 느낀 일화와 병사 복지 증진을 위해 애썼던 그의 노력이 나타나 있다.

그는 현장과 동떨어져 병사 생활을 잘 모르는 간부들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하며 “보고와 서류에 파묻힌 간부들을 현장으로 보내고, 간부 사기부터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급 장교부터 장성까지 현장을 잘 모르고, 외곽의 목소리 등에 휘둘리다보니 엉뚱한 처방이 내려지고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동기생활관’ ‘병사 간 지시 금지’ 등 군대 편제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임시방편적 대책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허 전 사령관은 1974년 임관 후 12사단에서 군생활을 시작했다. 39사단 117연대장, 국군보안사령부 비서실장, 국방부 감사과장, 6사단장, 육군훈련소장 등 다양한 보직을 거쳤다.

특히 육군훈련소장 재직 시 발생한 ‘인분 가혹행위 사건’을 계기로 훈련소 화장실, 의무실 등을 폭넓게 개선했다. “군 리더십은 부모와 똑같은 심정이어야 합니다. 사고가 나면 뭐가 문제인지 원인을 밝힐 생각은 안 하고 맨 위에서부터 ‘사고 안 나게 하라’는 말만 반복하면 대체 무슨 소용입니까. 국방부에서 10년 동안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봤는데 대부분 입으로만 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느끼고 얘기를 듣고 몸으로 행동해야만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허 전 사령관은 섣부른 ‘통일 기대감’을 경계했다. 보안사 비서실장을 하던 1988년, 내부 직원들과 논쟁할 때 얘기다. “10명 중 9명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 김정일 체제는 오래가지 못하고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난 어림도 없다고 봤어요. 보세요, 3대 세습되는 상황을. 북한은 저항하면 바로 숙청되고, 하물며 눈빛만 조금 달라도 그렇게 됩니다. 설사 (김정은이) 실각하는 등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후속 인물이 나타나지, 그렇게 빨리 무너지진 않아요.”

자유민주통일연합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직함대로 ‘자유민주 시장경제 체제로의 통일’에 대한 신념이 굳건하다. “대한민국, 얼마나 좋아졌습니까. 워낙 바쁘고 살기 팍팍해서 그렇지 이런 나라를 만든 건 기적입니다. 북한을 끊임없이 포용하고 지원하고, 우리 체제로 포섭해 통일해야 하는 건 확실해요.”

허 전 사령관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국민행복당 대표로 출마했으나 조직 열세 등 여러 가지 한계로 당선되지 못했다. 그는 “한국은 신생 정당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정치·사회적, 법적 토양을 갖고 있다. (기성 정당의) 기득권 독재국가나 마찬가지”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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