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10년 만에 내린다

입력 2014-12-16 22:28   수정 2014-12-17 03:53

朴대통령 "低유가 즉각 반영"

석유발전 비중 높지 않고
송배전설비 보상비 등 늘어
대폭 인하는 어려울듯

가스요금은 내년 1월 인하



[ 김재후 기자 ] 정부가 최근 국제유가 하락폭을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에 반영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공요금 인하에 대한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연내 전기요금이 인하될 경우 지난 2004년11월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6일 “공공요금 인상요인과 인하요인을 면밀히 따져본 뒤 요금별 인하 폭을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법적 절차 등을 거쳐 연내 가격조정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6월 이후 국제유가가 40%가 넘게 급락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하락이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에 즉각 반영되도록 해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조금이나마 펴질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인상요인 많지만 유가하락 워낙 가팔라…"

전기요금은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간 2010년 평균 3.5% 오른 뒤 △2011년 8월 4.9% △2011년 12월 4.5% △2012년 8월 4.9% △2013년 1월 4.0% △2013년 11월 5.4% 등 매년 한두 차례씩 상승하다 올 들어서야 동결됐다.

하지만 실제 전기요금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큰 폭으로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전기는 원자력을 비롯한 석유 가스 유연탄 무연탄 등을 발전원으로 쓰고 있다. 이 가운데 석유와 가스의 발전 비중은 26% 정도로 크지 않다. 국제 유가가 하락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74%의 원가 변동이 없으면 대폭적인 조정이 쉽지 않은 구조다. 발전단가 변동이 거의 없는 원자력 비중도 30% 선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와 내년에 걸쳐 발전사들이 추가로 떠안아야 할 비용 부담도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밀양 송전탑 사건을 계기로 올해 송·배전 설비 보상비를 대폭 늘린 제도를 새로 도입한데다 지난 7월부터 발전용 유연탄에 개별소비세도 부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부터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는 데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까지 확대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하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국회에서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에 대해 세금을 더 물리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도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들도 모두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 비용들도 모두 산정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인상요인이 산재해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진 데다 국제유가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해 일정폭 인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KDB대우증권은 한전에 대한 보고서에서 “유가와 환율을 모두 감안하면 약 3~5%의 전기요금 하락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고 있는 가스요금의 경우엔 수시로 요금이 변하는 만큼 내년 1월 요금 인하가 확실시된다. 연료비연동제는 도입가격이 3% 이상 변동되면 홀수 달에 이를 자동적으로 요금에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7월 도시가스 요금(서울지역 도매 기준)은 MJ(가스사용 열량 단위) 당 20.7339원에서 20.5166원으로 1% 가량 내린 적이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에 국제 유가 인하분에 원·달러 환율 상승분이 동시에 반영돼 도시가스 요금이 소폭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유가 하락폭이 커지면서 환율 상승분을 감안하더라도 내년 1월부터 가스 요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하락폭은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시장에선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전기요금 인하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전은 16일 주식시장에서 4140원(9.33%) 하락한 4만350원으로 마감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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