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우려 더 커져
[ 김은정 기자 ] 기준금리 6.5%포인트 전격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에도 루블화 가치 하락세가 계속되자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외환 유출을 막아 루블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써버린 상황에서 통화 위기에 맞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자본 통제와 채무지급 유예(모라토리엄) 선언 등으로 좁혀진다. 러시아 정부는 “경제 위기 우려에도 자본 통제 정책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외환보유액을 대거 푸는 중앙은행(사진)의 환율 방어 조치가 무력해졌기 때문에 루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자본 통제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르게이 슈베초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도 16일(현지시간) “현재 상황은 1년 전만 해도 악몽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위기”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은 꽤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국채의 부도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면 디폴트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날 러시아의 CDS 프리미엄(5년 만기 기준)은 연중 최고치를 넘어선 578bp(1bp=0.01%포인트)를 나타냈다. 이달 들어서만 234bp 상승했으며, 올 하반기 들어 세 배 이상 치솟았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CDS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볼 때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은 33%로 추산된다”며 “현재 주요 국가 중 러시아보다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베네수엘라 정도”라고 설명했다. 루블화 가치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인 유가 하락이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 정치적인 역학 관계가 얽혀 장기화할 조짐이어서 디폴트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 아래에서 유가 하락과 자본 유출이 지속되면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루블화 가치 추가 하락을 막고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자본 통제가 마지막 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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