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순손실 이어갈 듯.. 신용 평가사들은 일제히 등급 강등 경고
실적 악화·등급 강등 우려로 채권 투자자 모집 힘들어
“합병 후에도 실적·재무구조 좋아지기 어렵다”
이 기사는 12월10일(04: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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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합병을 앞둔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이 내달 총 4200억원 규모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상환한다. 두 회사는 “회사채 상환 결정은 합병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회사채를 갚는 데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번 상환 결정의 이유에 대해서도 오랜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하락 위기로 인해 채권 투자자를 찾기 어렵게 되자 차환 발행을 포기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채권 상환으론 재무 개선 효과 미미
동국제강 관계자는 9일 “내달 26일 만기 도래하는 3000억원어치의 회사채(만기 3년)를 차환하는 대신 전액 현금 상환키로 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에 흡수합병되는 유니온스틸도 다음달 5일 만기가 되는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만기 3년)를 상환할 예정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난 9월 말 현재 두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 상품 예치액 포함)이 1조1837억원에 달해 채권 상환에 무리가 없다”고 했다. 두 회사는 내달 만기가 되는 총 42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상환하고 나면 내년 5월까지는 갚아야 할 채권이 없다.
회사 측은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상환 배경을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6월 주채권 은행과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채권 상환으로 인한 재무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질적인 빚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회사가 갖고 있던 현금으로 채권을 상환하면 총차입금 규모를 줄이는 효과는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보유 현금도 줄어든다.
A신용 평가사 연구원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현금으로 채권을 상환하면 ‘총차입금부터 줄이라’는 채권단 요구엔 부합하겠지만, 순차입금이 줄어드는 건 아니어서 유동성 대응력 등 재무 지표가 좋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것으로, 기업이 진 실질적인 빚의 규모를 나타낸다. 동국제강의 경우 총차입금과 현금성 자산이 같은 규모로 줄어들어 순차입금 규모엔 변동이 없게 된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 평가사들도 기업의 재무 상태를 평가할 때 총차입금보다는 순차입금의 증감 여부를 더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B신용 평가사 연구원은 “동국제강의 회사채 상환이 신용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없다”고 했다.
◆등급 강등 우려로 차환 사실상 어려워
4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회사채를 상환키로 한 동국제강의 결정 이면에는 실적·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채권 투자자를 찾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과거 동국제강의 회사채를 인수했던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임원은 “최근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비우량 등급 회사채에도 눈을 돌리고 있지만 그건 채권 값이 떨어지지 않는 일부 채권에 한정된 얘기”라며 “동국제강은 채권 값이 불안한 상태라 기관들이 투자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국제강의 지난해 매출은 6조6909억원으로 2012년(7조8707억원)보다 15% 줄었다. 순손실은 1184억원. 2012년(-2351억원)보다는 손실 폭은 줄었지만, 적자가 2년째 이어졌다. 이런 상황은 올 들어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만 14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올해도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것으로 증권가에선 예상한다.
실적 부진은 재무구조 악화와 신용등급 강등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빚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영업현금흐름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지난 4년 새 6배에서 45.5배로 치솟았다. 신용 평가사들은 최근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영업현금흐름 대비 순차입금 배율을 지금의 4분의 1 수준인 12배 밑으로 낮출 것을 주문했다. 2년 내에 이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은 현재 ‘A-’에서 ‘BBB+’(투자적격 등급 10개 중 상위 여덟 번째)로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회사채 시장 복귀 언제?
동국제강이 회사채를 상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2012년 10월 3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끝으로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않았다. 작년 3월(만기 도래액 3500억원)과 올해 2월(3000억원), 9월(2500억원)에 각각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지만, 그때마다 차환 발행 대신 상환을 택했다.
유니온스틸도 2012년 1월 1200억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한 이후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대신 지난 9월 사모(私募) 방식으로 1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적은 있다. 당시 채권의 발행 금리는 기존 유니온스틸의 회사채 거래 금리보다 1.18%포인트나 높은 연 4.40%였다.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렵자 고금리를 감수하면서 사모사채를 선택한 것이다.
언제쯤 동국제강이 회사채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합병 이후 실적 회복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과 합병한 후에도 주력인 후판 부문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의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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