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형석 기자 ] 좀처럼 모이는 일이 없는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송년 모임을 했다. 내년에 회사에 남아 있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니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보자는 뜻에서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59개 증권사 가운데 ‘파생 담당’이란 명함을 달고 있는 애널리스트는 모두 14명이다. 그나마 이들 중 상당수가 본업 외에 시황분석 같은 가욋일을 병행하며 일자리를 지키고 있다.
증권사들이 파생 애널리스트들을 홀대하게 된 것은 파생시장이 점점 줄고 있어서다. 한때 세계 1위였던 한국 파생상품 시장은 지난해 세계 9위로 추락했다. 2012년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옵션 거래 기본단위 인상 등 각종 규제가 도입된 후 급속도로 쪼그라든 것. 미국선물협회(FI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제외한 세계 장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은 7.6% 성장했지만, 한국은 55%나 위축됐다.
그나마 근근이 버티던 파생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벼랑 끝 위기감까지 느끼게 된 계기는 이달 국회를 통과한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 법안이다. 법인세를 내지 않는 개인투자자들이 과세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0.01% 이익을 노리는 선물·옵션 시장에 양도세를 매기면 개인들이 파생시장을 떠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파생담당 애널리스트는 “파생상품 관련 보고서를 받을 독자들이 없는데 증권사에서 자리를 남겨두겠냐”며 “대형사 몇 곳을 빼면 자리보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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