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30개 → 10개로
삼성전자홀딩스+제일모직
지주회사 출범 여부 주목
[ 주용석 기자 ]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 18일 증시에 입성하면서 재계에선 삼성이 지난해부터 벌여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반환점을 돌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일모직 상장을 계기로 삼성이 ‘이재용 체제’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23.2%)로 올라 있는 유일한 삼성 계열사다. 게다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SDI·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의 중핵이기도 하다.
당장 제일모직 상장으로 이 부회장이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지배구조 단순화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삼성은 지난해 12월부터 계열사 합병을 통해 당시 30개에 달하던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14개로 줄인 데 이어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 이를 다시 10개로 줄였다. 제일모직 상장 과정에서 삼성카드가 보유 지분 5% 전량을 매각하면서 ‘생명→카드→제일모직→생명’과 ‘생명→전자→카드→제일모직→생명’ 등 네 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동시에 사라졌다.
앞으로 삼성전기(3.7%), 삼성SDI(3.7%), 삼성물산(1.4%)이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을 매각하면 순환출자 고리는 ‘물산→전자→SDI→물산’ 1개만 남고 이후 이 고리만 끊어내면 순환출자 정리가 끝난다. 삼성은 향후 2~3년 내 이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제일모직이 상장돼 있으면 계열사들이 지분을 매각할 때 헐값 매각 논란이나 특혜 시비를 피할 수 있어 지분 매각이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도 더욱 주목받게 될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 외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 7.7%, 이건희 회장이 3.4%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 지분만 42%나 된다. 반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 지분이 0.6%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선 삼성이 향후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인 삼성전자홀딩스와 사업회사인 삼성전자로 분할한 뒤 삼성전자홀딩스와 제일모직을 합병해 삼성 지주회사를 출범시키는 시나리오가 주목받고 있다. 지주사와 자회사 간 지분 맞교환을 통해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삼성 측은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상장사(삼성전자) 지분 20%를 확보해야 하고 여기에 수십조원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은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증권가에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삼성이 중장기적으로는 지주사로 갈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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