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폰 앞세워 점유율 끌어올리기 시동
탄탄한 라인업 구축…"위기 극복 발판"
[ 남윤선/정지은 기자 ]
삼성전자 IM(IT모바일) 사업부 영업이익이 지난 3분기 1조75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조7000억원)에 비해 5조원가량 급감하자 실적 악화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대표 모델인 갤럭시S5의 과도한 밀어내기 판매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스마트폰 판매 모델이 너무 많은 게 실적 악화의 주범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올 들어서만 100종이 넘는 스마트폰을 쏟아내다 보니 마케팅 역량이 분산됐다. 지난 11월 투자자설명회에서 삼성이 “스마트폰 종류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제품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번에 10만원 이하의 초저가 타이젠폰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삼성은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로 애플에 맞서고, 보급형에서는 갤럭시A 시리즈로 화웨이 등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은 주범인 샤오미 등의 초저가폰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이 마땅치 않았다.
◆샤오미와 ‘치킨게임’ 불가피
삼성이 새 타이젠 스마트폰 가격을 10만원 이하로 정한 건 글로벌 시장에서 샤오미의 약진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지금까지 10만원 이하 스마트폰은 없었다. 베트남에 연 생산 2억대 규모의 스마트폰 공장을 갖춘 삼성만이 책정할 수 있는 가격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윤이 남지 않더라도 생산량을 늘리면 시장을 선도하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젠 생태계 구축도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삼성은 타이젠을 개발하고 몇 년간 적용 시점을 검토해왔지만, 애플리케이션(앱) 종류가 압도적으로 많은 구글 안드로이드의 위상에 눌려 좀처럼 기회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다양한 앱 사용에 대한 기대가 적은 초저가폰 시장에서는 타이젠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인도는 삼성이 저가폰 점유율을 단숨에 늘리기에 최적지다. 인구는 많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은 아직 높지 않다. 또 중국처럼 샤오미, 화웨이 등 자국 업체들의 입김도 세지 않다. 인도 업체 마이크로맥스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지만 성능에서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활 채비 갖춘 삼성전자
삼성은 이제껏 수차례 타이젠폰 출시를 연기했다. 지난 10일엔 인도에서 출시 행사까지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시장에선 삼성이 타이젠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설까지 돌았다. 그러나 준비 일정에 차질이 있었을 뿐 타이젠을 탑재한 저가폰을 내놓는다는 계획은 계속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기 극복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미엄급에서는 세계 최초로 화면이 휘어진 ‘갤럭시노트 에지’를 내놓는 등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전면 금속 커버를 적용한 보급형 갤럭시A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여기에 인도, 중국에서 점유율 상승을 이끌 초저가폰도 갖춰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남윤선/정지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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