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내년 키워드 '금리·환율'…"코스피 1750까지 대비해야"

입력 2014-12-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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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정동 기자 ]
증권가 "내년 美 금리인상·强달러 현상 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
"코스피 1750~2250P 전망"…기업들 감익 우려 이어질 듯


증권가에서 내놓은 내년 국내 주식시장의 화두는 단연 금리와 환율이다.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이에 따라 펼쳐질 글로벌 환율 '전쟁' 가능성에 주목하라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0.25%로 유지하는 한편 앞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인내심'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달러화 가치는 다시 치솟고 있다.

이에 국내 주식시장은 안도하는 한편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불안감에 전날 1900선이 붕괴됐던 코스피가 이날 1% 이상 급등하는 등 갈피를 정하지 못하고 '오르락 내리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국내 주식시장의 이슈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교체와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전략(테이퍼링·tapering)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발(發) 증시 재료는 내년에도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을 판가름할 가장 강력한 변수다.

◆ 증권가 "美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 사실…시기는 아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중앙은행은 이미 지난 10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고, 미국의 고용시장을 포함한 경기회복세가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단계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것이 증권가에서 내놓은 분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국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함께 오르고 이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 유입됐던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미국의 벤 버냉키 당시 FRB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을 언급하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졌던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지난 10월 양적완화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코스피지수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락 내리락'하는 등 심한 변동성을 나타낸 것도 국내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이를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강달러로 인한 국내 주식시장 유동성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이른바 G2 국가의 경제 성장이 지난해에 비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흥국 증시가 일방적인 '쇼크' 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는 판단에서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994년 당시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을 경험했지만 2004년에는 완만한 금리인상으로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했다"며 "완만한 금리인상 국면에서는 오히려 주식시장이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선진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차별화…"국내 증시 이중 리스크"

내년 국내 주식시장의 또 하나의 변수는 선진국 중앙은행 간의 통화정책 차별화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내년 이후까지 양적완화정책을 유지 또는 연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강(强)달러 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안전자산으로써 달러화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화되는 측면이 크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판단이다.

반면 ECB와 BOJ는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설 예정이다. ECB는 지난 9월 1차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공급에 이어 오는 4분기부터 커버드본드와 ABS 등 민간자산 매입을 본격화한다. BOJ도 일본 중의원 조기선거 이후 엔저(低)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의 통화가치는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선진국들의 엇갈린 통화정책은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달러화 강세, 엔화·유로화 약세 등에 한국의 원화는 이중 리스크에 노출된 것이란 설명이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엔화 약세 영향을 무마하거나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시 오히려 내외 금리차 축소로 외국인 자금의 이탈과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클 수 있어 내수를 진작하려는 정부의 정책과 배치되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증권가 "내년 코스피 1750~2250P" 전망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차별화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대부분 보수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증권은 코스피지수가 최대 2050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고 교보증권은 1750포인트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자산 가격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던 중앙은행의 힘 약화와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신용 리스크 등이 내년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엔저(低)로 대표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폭주는 달러화 강세 가속화를 초래해 신흥국 증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업종별 차별화에 초점을 둔 전략을 펴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글로벌 저성장에 진입한 2011년 이후 국내 기업이익은 연초의 높았던 기대와 달리 3년 연속 연초 추정치 대비 큰 폭의 어닝쇼크를 기록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여기에 그동안 국내 기업이익의 버팀목이었던 삼성전자현대차의 추가적인 감익이 예상되고, 이익에 대한 신뢰가 낮은 에너지와 조선업종의 감익 폭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국내 기업들의 증익 규모 할인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장기업의 어닝쇼크(시장의 예상치 평균보다 급격히 낮은 실적)가 매분기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미래의 이익에 대한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다"며 "만약 글로벌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대외 위험에 국내 주식시장과 기업이 노출된다면 그 충격은 생각보다 더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년 1분기까지는 정책 기대와 올해 이익신뢰도를 쌓은 은행 증권 보험 건설 등 내수경기민감주(株)에 주목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했다. 또한 상반기 이후에는 지난달 이후 빠르게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경기민감주에도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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