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2000년대 국내 증권업계의 '빅딜'을 성사시킨 주인공이다.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낼 당시 대만 1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을 제치고 매물로 나온 LG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의 합병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이 탄생했다.
차기 금투협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황 전 회장은 지난 18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금융투자업계 발전 방안과 회장에 당선될 경우 금투협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포부 등을 밝혔다.
"삼성투자신탁운용과 삼성증권 사장,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다양한 업계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금융지주사의 회장으로 지내며 각 회사의 성장 방안과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했습니다. 영업을 하느라 바빴던 최고경영자(CEO)들과는 다른 식견을 갖고 있죠. 저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 있는 협회를 만들 것입니다."
그는 최근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금투협 회원사 여덟 곳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1월 말 금투협회장 차기 선거를 앞두고 회원사 166곳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회원사 수장들을 만나 평균 한 시간씩 업계 애로사항과 협회에 바라는 사항에 대해 듣는다. 하루에 찾는 회원사는 평균 여덟 곳에서 많게는 열 곳에 달한다.
"회원사 사장들과 이야기하며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업계의 공통된 문제는 '수익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수익을 내고 있다는 회원사는 부동산신탁 등 5%에 불과합니다. 금융투자시장의 침체와 업체들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수료 인하, 당국 규제에 따른 활동 위축이 주요인이죠."
황 전 회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원사의 실적이 개선되려면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도입을 앞두고 있는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ISA)의 가입한도를 확대하고, 수익률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합니다. 차기 협회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회원사들이 바라는 것은 협회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죠. 지금의 협회도 업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소통을 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문제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을 것입니다."
다양한 업종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도 협회장이 갖춰야 할 자질로 꼽았다.
"최근 회원사를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협회장이 한 가지 분야만 잘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고민이 다르고, 같은 업종 내에서도 대형사와 소형사간의 이해관계가 달랐습니다. 한 가지 규제만 놓고봐도 업체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릅니다. 저는 여러 분야에서 일하며 쌓은 네트워크와 식견으로 업종을 뛰어넘는 이해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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