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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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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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은 이 얘기를 전하면서 “지금은 모기까지 잡아야 합니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은행 영업이 그만큼 힘들어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되물었다. “아니, 그건 은행 업무도 아닌데. 그런 부탁을 안 들어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그러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만약 무시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지점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물론 은행 본점과 감독당국에도 불만을 제기했을 겁니다. 감독당국이 민원을 평가의 척도로 삼아 어떻게 하든 민원을 줄이라고 다그치는 판에 지점장이 견딜 수 있겠습니까?”
금융은 서비스업이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의 감정노동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천편일률적인 상품을 파는 국내 은행들이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초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은행 직원들은 억울해 한다. 본업에서 벗어난 요구까지 들어주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에서다. 더욱이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행여 불친절하거나, 실수라도 할라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감안해 은행연합회는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소비자 및 감정노동자 보호 연합행사’를 열었다. 블랙컨슈머에 대응하기 위해 각 금융단체들이 소비자 및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공동선언과 블랙컨슈머와 관련된 세미나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행사에 기대를 거는 은행원들은 많지 않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무조건 민원을 줄이라’는 감독당국의 방침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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