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E산업 진단] "규모로 승부하던 MICE, 다양한 산업 연계한 질적 성장 필요"

입력 2014-12-23 07:01   수정 2014-12-24 08:40

MICE산업

'MICE산업 점프 업 하려면 …' 전문가 좌담회

박양우 교수, 꾸준한 성장…쇼핑·교통·레저 등 이종업종 간 시너지 높이는 게 과제
김응수 회장, 싱가포르 복합리조트 연계해 성공…영종도 건설은 여전히 규제 많아
이재성 본부장, 양과 질 함께 성장 모색해야…지역별 특화된 MICE행사 필요
이창현 부원장, 문화콘텐츠·ICT 경쟁력 세계 1위…하이브리드 회의 등 부가가치 높여야
김충진 부회장, 무엇을 주고 얻을 것인가 고민해…소비자 중심의 '접근법' 필요



[ 유정우/서화동 기자 ]
전국이 MICE 열풍이다. 관광과 연계한 고부가가치 파급력 때문이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인천, 대구, 부산 등 광역시를 넘어 시·군 단위에 이르기까지 육성 방안 마련에 여념이 없다. 한국경제신문은 MICE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MICE 산업의 현주소와 질적 성장을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박양우 한국호텔외식관광경영학회장(중앙대 교수), 이재성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장, 김응수 한국마이스협회장, 김충진 한국이앤엑스 부회장, 이창현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박 교수가 사회를 겸하며 토론을 이끌었다.

▶박양우 교수(좌장)=국내 MICE 산업이 지리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한 해 국내 MICE 산업의 대표적 성과는.

▶김응수 회장=가장 주목할 부분은 국제회의 개최 실적이다. 국제협회연합(UIA)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열린 총 1만1135건의 국제회의 중 한국은 635건을 개최해 세계 3위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전년도 5.4%에서 6%대 진입에 성공했다. 도시별 개최 순위도 상승세다. 서울은 싱가포르(1위, 994건)와 브뤼셀(2위, 436건), 빈(3위, 318건)에 이어 4위(242건)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권 도시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것인데 부산도 148건으로 세계 9위를 기록하며 첫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이재성 본부장=인바운드 포상관광 유치도 올 한 해 MICE 성과에 큰 몫을 차지했다. 1만8000여명이 한국을 찾은 중국 암웨이그룹 방문단은 577억원의 생산파급 효과와 1235명의 취업유발 효과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밖에도 태국 유니시티(2723명)와 중국의 우셴지(2547명) 완메이(6160명) 머크 세로노(1181명), 미국 라이엇게임즈(1742명) 등 총 18팀, 3만6500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창현 부원장=올 한 해 MICE 산업의 눈에 띄는 성과는 대형 국제행사의 지방도시 개최를 들 수 있다. 지난 9월, 3주간 열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국제총회는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고 ‘2014 ITU 전권회의’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지난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박 교수=국내 MICE 산업이 개최 횟수와 규모 등 양적 성장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국제회의나 전시회 등은 그 자체로도 경제적 효과가 적지 않지만 이것을 마중물 삼아 호텔 등 숙박업과 식당업, 쇼핑, 교통, 문화콘텐츠, 레저스포츠업 등 다양한 산업과 업종 간의 시너지를 높여 질적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이 본부장=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개최 숫자와 규모 등이 부정적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가장 좋은 방안은 양적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질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 아니겠는가. 정부와 업계, 학계가 질적 성장의 의미와 추진 방향 등을 함께 인식하고 접점을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회의의 경우 개최 비중을 놓고 본다면 서울과 부산, 제주 등 ‘3강’ 지역이 전체의 70%를 소화한다. 이들 외에도 해당 지역만의 독특한 특화 전략을 살린 다양한 MICE 행사가 열려야 한다. 특히 지방의 컨벤션센터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복합적인 주변 인프라 개발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시급히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김충진 부회장=MICE의 한 축인 전시 분야의 경쟁력은 산업의 중요성과 시장의 크기, 제품의 국제 경쟁력 등이 그 척도가 된다. 최근 국내 전시 분야는 유럽과 미주 등에 비해 지리적 약점과 언어적 제약 등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우수성과 다양성, 첨단 정보 습득의 용이성 등과 함께 쾌적한 전시 환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규모로는 아시아 시장의 평균 수준이지만 질적으로는 상위권으로 자리잡고 있다. 콘퍼런스 확대나 관광 서비스 연계 등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종합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김 회장=최근 MICE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복합리조트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최대의 MICE 관광도시로 거듭난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싱가포르 등이 복합리조트를 통해 MICE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영종도 복합리조트 건설 등 다각적인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법적 토대 마련도 시급하다. 국제회의 관련 인프라를 집적화하고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2013년 상정된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국제회의 복합지구 및 국제회의 집적시설 제도 신설)’은 지금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국제회의 서비스업 지정도 서둘러야 한다.

▶박 교수=질적 가치를 높이면 부가가치도 높아진다는 얘기인데, 질적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어떤 게 있을지.

▶김 회장=질적 성장의 해답은 시장, 즉 업계에 있다. 하지만 MICE 업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커지는 내수시장에도 과도한 경쟁, 전문인력 부족, 체계화된 업무 기준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 과도한 경쟁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연계 서비스가 늘어나야 한다. 관광의 세계적 흐름이 단체관광에서 체험형 개별 여행으로 변모하고 있듯 업체 간 협업을 통해 창의적 부가서비스 개발이 촉진돼야 한다.

▶김 부회장=수용자 중심의 서비스 마인드도 필요하다. MICE가 산업이라는 범주에서 대중적 관심이 부족할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을 응대하는 서비스 산업의 일종이다. 수용자 중심, 소비자 중심의 다각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산업 전시회를 찾아온 바이어는 우수한 제품과 좋은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서다. 대부분 바이어가 같은 목적이다. 하지만 전시회 자체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더 나은 제품과 우수한 업체의 출품을 유도하는 것이 기본이다. 더불어 문화강국 ‘KOREA’만의 가치와 감동을 전시회 특성과 이미지에 맞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이해 변별력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 부원장=MICE 산업의 질적 경쟁력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과 관계가 깊다. 단순히 회의나 전시회 등을 많이 개최하는 것만 가지고는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에 앞서 내수시장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관광 인프라 경쟁력은 세계 51위로 나타났다. 문화자원의 경쟁력은 이보다 높은 세계 10위,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경쟁력은 세계 1위로 평가받았다.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MICE 행사 운영에 접목함으로써 최근 부상하는 하이브리드 회의(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를 결합해 운영하는 새로운 유형의 회의)와 같은 시도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 본부장=최근 MICE 업계의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급속한 융·복합화다. 이는 전략적 접근 방법에 따라 MICE 강국의 지도가 확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MICE가 관광자원은 물론이고 공연예술, 의료, 레저스포츠, 쇼핑 등 다양한 문화산업과 융합할 경우 그 시너지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리=유정우 한경닷컴 기자/서화동 기자 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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