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국제유가 급락으로 남미 주요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신흥시장 투자자들이 베네수엘라 정부와 주요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대거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 디폴트가 발생하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가의 부도 위험을 의미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 수준을 봤을 때 내년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가능성은 61%, 앞으로 5년 이내 디폴트 가능성은 90%로 분석됐다”고 23일 보도했다.
유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올해 6월 이전에 신흥시장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베네수엘라 국채와 주요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사들였다. 산유국 채권은 안전자산이라는 판단에서였다. WSJ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베네수엘라 관련 채권 규모가 660억달러(약 72조75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하반기 들어 유가가 반토막 나면서 원유 수출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 경제도 불안해졌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18일 베네수엘라 국가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두 단계 낮췄다. 유가 하락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베네수엘라 관련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이미 손실을 보고 있다. 일례로 만기가 13년 남은 베네수엘라 국채는 지난 7월 이후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WSJ는 “투기적인 매입에 나섰던 헤지펀드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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