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은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22년간 끊임 없이 '돌파구 찾기'에 매진해왔다. 한양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금융투자업계 최악의 시기를 정면으로 마주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들이 자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때 아웃소싱을 맡기고, 주식 브로커리지에 열중할 때 채권 브로커리지 영업을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위기를 넘긴 유 전 사장이 이번에는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살리기 위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금융투자업계를 살릴 방안으로 '규제 완화'를 꼽았다.
"지난 달 중순부터 회원사를 방문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총 120개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났습니다. 많은 CEO들이 규제 때문에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우리 금융산업은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로 물을 주면서 키워야 합니다. 이미 성숙기에 진입한 선진국과 같은 과도한 규제나 감독은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홍콩과 같은 금융허브로 거듭나려면 규제부터 완화해야 합니다."
규제 완화를 위한 첫 단계로 회장 직할의 규제개혁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규제 문제를 수시로 점검해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 또는 해소되도록 한다는 것. 여기에 시장 친화적인 자율 규제를 도입하고,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및 콜시장 참여 규제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재무건전성 잣대인 NCR의 산출 방식을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에서 '총위험액을 차감한 영업용순자본 대비 업무단위별 최소자기자본의 비율'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총위험지표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돼 중소형사가 대형사에 비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또 정부는 2010년부터 증권사의 콜 차입 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 2015년부터는 시장 참여를 제한할 예정이다.
"중소형사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규제가 NCR과 콜시장 참여 규제였습니다. 업권별로, 대형·중소형사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겠지만 협회는 회원사들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현안을 해결해야 합니다. 회원사들을 단합시키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협회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경제교육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진정한 투자자 보호는 투자자가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업계도 앞장서야 하지만 투자자 본인이 금융 교육을 통해 책임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기존 금융교육에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까지 프로그램의 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회장이 되면 취임 2년 후 본인의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공약도 세웠다. 회장 중간평가를 도입해 회원사들이 원치 않으면 물러나는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얘기다.
"회원사들과 동고동락하는 협회가 될 것입니다. 자산운용사업계만 따로 담당하는 상근 부회장제를 신설하고, 중소형사의 전산비 절감 방안을 강구하는 등 한 업권 및 업체에 편중되지 않도록 협회를 운영할 방침입니다. 2년간 최선을 다한 뒤 그 결과는 회원사들에 다시 묻겠습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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