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도액 3억으로 늘었지만 의원 대부분 절반도 못 채워
의원실마다 돈줄 확보 총력…"총선 앞둔 내년이 더 걱정"
[ 이정호 기자 ] 국회의원들이 연말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검찰의 입법 로비 수사로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데다 편법적인 정치자금 모금 통로였던 출판기념회마저 금지령이 떨어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실마다 후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치러진 해여서 후원금 한도가 3억원까지 늘었지만, 선거가 없는 평년의 한도(1억5000만원) 수준도 채우기 힘들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의원들은 직접 주변 지인에게 전화를 돌려 후원금을 부탁하는 읍소형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소액 기부 모집 등 바닥훑기 전략까지 동원하고 있다.
◆돈줄 마른 여의도 정가
수도권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3선 의원의 보좌관은 “김무성 대표 등 원내지도부 일부를 제외하고는 올해 한도액 3억원을 다 채운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라며 “예년 같으면 11월 말쯤 후원금 한도를 넘겨 계좌를 미리 닫았는데 올해는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재선 의원의 보좌관도 “지금까지 후원금 모금액이 1억원 조금 넘는다”며 “주변 의원실을 보더라도 작년에 비해 후원금이 3분의 1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올해 여의도 정가에 돈줄이 끊기다시피 한 것은 여야가 각각 셀프 정치개혁 차원에서 출판기념회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원혜영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차례로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모자란 후원금 한도를 보충하기 위해 연례 행사처럼 열던 출판기념회가 막히면서 의원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이른바 ‘끗발’ 있는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무위 소속의 한 의원 보좌관은 “의원님이 직접 이곳저곳 뛰고 있는데 아직 한도액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며 “이면지 사용 등 사무실 경비부터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좌관·비서관 총동원
후원금은 매년 받는 급여인 세비(1억3796만원·작년 기준)와 함께 국회의원들의 주 수입원이다.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은 보통 후원금을 지역사무실 운영비, 의정홍보비, 활동비 등으로 쓴다. 후원금 한도를 꽉 채워도 월 800만~1000만원이 들어가는 지역사무실 운영비를 빼면 자금 사정이 빠듯하다는 게 각 의원실의 설명이다. 새정치연합 의원의 한 보좌관은 “선거가 있는 해에 후원금을 바짝 모아둬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의원실마다 의원은 물론 보좌관, 비서관까지 총동원돼 돈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 직원들이 지인들에게 전화통을 붙잡고 세액공제되는 만큼 적극 후원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와 우편을 통해 후원 안내장을 보내는 의원실도 많다.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은 최근 지인들과 지역구에 2000여장의 후원 안내장을 보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매년 연말은 후원금 대목이었는데 올해는 찬바람만 분다”며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내년이 더 걱정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라고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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