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저장 아이콘'으로만 남은 플로피 디스크…매체 발전으로 쇠락

입력 2014-12-26 21:39   수정 2014-12-29 17:33

이승우 기자의 디지털 라테 <16>


[ 이승우 기자 ]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선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린다. 1967년 처음 열린 행사로 전자업계 트렌드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내년 1월에도 6일부터 9일까지 어김없이 진행된다.

이 전시회에선 각국 전자업체들이 최신 제품을 공개하곤 한다. 1977년에는 애플이 최초의 PC ‘애플 II’를 선보였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이자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내장한 첫 PC였다. 공교롭게도 애플은 1998년 아이맥을 내놓으면서 플로피디스크를 완전히 없애버린 첫 번째 컴퓨터 회사로도 기록됐다.

○저장 버튼으로 명맥 유지…플로피 디스크

플로피 디스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1년. IBM이 개발했다. 자성체를 이용해 원판에 자료를 기록하는 저장매체로, 당시 플로피 디스크는 8인치 사이즈(203㎜)였다. 흔히 알고 있는 5.25인치 디스크(133㎜)를 늘려놓은 형태였다. 처음에는 읽기 전용이었고 용량도 80KB(킬로바이트)에 불과했다. 5.25인치 디스크는 1976년 첫선을 보였고 이보다 더 작은 3.5인치 디스크(89㎜)는 1982년 소니에 의해 탄생했다.

플로피 디스크 용량은 80KB에서 시작해 1.44MB(메가바이트)까지 늘어났다. 이후 2.88MB 디스크를 시작으로 200MB 이상 용량을 가진 3.5인치 디스크가 등장했지만 CD 등에 내준 자리를 되찾아오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USB 저장매체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유일한 이동식 저장매체였기 때문에 디스크 여러 장을 들고 다니며 데이터를 복사하곤 했다. 대용량 데이터를 분할·압축해 디스크 여러 장에 복사했는데 그중 한 장에서 에러가 났을 때의 당혹감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윈도 3.1을 처음 설치할 때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13장을 번갈아가며 끼웠던 것도 생각난다.

21세기 들어 3.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 세계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생산량의 70% 이상을 만들던 소니는 2011년 3월 생산을 중단했다. 물론 지금도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장당 700~800원 수준으로 3.5인치 디스크를 살 수 있다. 몇 천원이면 GB(기가바이트) 단위의 USB 저장매체를 살 수 있고 클라우드 시스템이 널리 퍼진 지금 굳이 이것을 살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나마 사람들이 플로피 디스크를 아직 잊지 않고 있는 것은 수많은 프로그램이 저장을 뜻하는 아이콘으로 플로피 디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년에 내놓을 윈도 10에선 저장 버튼이 다른 모양으로 바뀐다고 하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플로피 디스크가 사라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규격 변경이 데이터 보존의 가장 큰 난관

과거 사용하던 플로피 디스크를 지금 쓰기란 쉽지 않다. 20~30년이 지난 지금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돼 있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더러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장착된 컴퓨터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비단 플로피 디스크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장 CD 드라이브가 내장된 컴퓨터를 찾기도 힘들어졌다. 1980~1990년대 수백장을 사모았던 카세트 테이프도 들을 방법이 없어졌고 2000년을 전후로 열심히 녹음했던 MD도 비슷한 상황이다. VHS 비디오 테이프나 과도기에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레이저 디스크(LD) 등도 재생하기 어렵게 됐다. 디지털 카메라 초창기에 사용됐던 스마트미디어 카드도 금세 사라져버렸다. 지금 가장 널리 퍼진 규격인 USB도 10~20년 뒤에는 사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를 노릇이다. 저장 매체뿐만이 아니다. 휴대폰 충전 ‘표준 규격’이었던 24핀 케이블은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마이크로 USB 규격에 자리를 내줬다. 30핀 케이블을 고수하던 애플도 8핀으로 규격을 바꿨다.

이쯤 되면 데이터 보존의 가장 큰 숙제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던 규격을 나중에도 계속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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