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개헌, 블랙홀인가

입력 2014-12-28 20:59   수정 2014-12-29 05:29

'87년 체제' 발전적 해체 필요
다변화된 시대상황 반영해야

정병국 < 새누리당 의원 withbg@naver.com >



‘헌법 개정의 주체는 오로지 국민이다. 국민 이외의 어느 누구도 이 신성한 권리를 대행하거나 파기할 수 없다.’

1987년 4·13 호헌 조치에 맞서 일어난 6·10 민주항쟁 국민대회 선언문 내용이다. 결연한 국민의 의지로 발화된 6월 항쟁은 6·29선언을 통해 막을 내린다. 우리는 이를 통해 대통령직선제 개헌, 지방자치 실시 등 현재 민주주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개헌 후 27년이 흘렀다. 1987년 당시 3218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내년 3만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사회적 환경 모두 87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게 변했다.

급변하는 시대다. 오늘날 단 이틀에 생산되는 정보의 양이 정보혁명 이전까지 인류가 만든 모든 정보의 양과 맞먹는다. 하지만 유독 대한민국의 정치만이 ‘87년 체제’에 머물러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구조로 인해 지난 27년간의 시행 과정에서 끊임없는 정치사회적 갈등을 낳았다. 1%만 이겨도 모든 것을 가져가는 현 제도 속에서 나머지 49%는 외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대를 위한 반대, 극단적 대립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시대 상황에 맞게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점하고, 다변화된 사회의 의견을 소통과 합치를 통해 정책으로 이끌 수 있는 개헌이 필요하다.

지난 17일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148명은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단에 국회 개헌특위의 연내 구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와 연명부를 전달했다. 개헌을 위한 국회 차원의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개헌을 위한 논의에 계파와 정당이 다를 수 없다. 개헌을 통한 이득은 오직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에게 있을 뿐이다. 개헌의 시기와 방법 역시 마찬가지다. 시기는 빠를수록 좋고 방법은 다양하게 논의될수록 좋다.

개헌이 경제활성화 등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개헌은 우리 국민의 의지와 정치인들의 노력을 통해 블랙홀이 아닌 대한민국을 다음 차원으로 이끌 수 있는 ‘웜홀(worm hole)’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결단이 필요하다. 87체제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인가의 선택은 역사에 의해 판단받을 것이다. 과정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정병국 < 새누리당 의원 withbg@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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