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보너스 시대'서 차용한 말
[ 김용준 기자 ] 1990년 일본의 중소기업 수는 542만개였다. 이 숫자는 2006년 424만개로 줄었다. 이 기간 폐업한 기업 수가 250여만개로 창업기업(약 130만개)을 크게 웃돈 탓이다. 기업 생태계가 망가진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이 ‘복합 불황’, ‘잃어버린 20년’ 등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침체를 겪은 이유 중 하나다.
학자들은 창업률이 폐업률보다 높아 기업 수가 증가하는 시대를 ‘기업보너스 시대’라 부른다. ‘생산가능인구가 노령인구보다 늘어나는 시기’를 인구보너스 시대라고 말하는 것을 차용한 표현이다. 일본은 반대로 과거 20여년간 기업 수가 줄어드는 ‘기업 오너스(onus·부담) 시대’를 겪었다.
김기찬 아시아중소기업학회장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경제 성장을 지속하려면 기업 수가 계속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직까지 기업보너스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연도별 사업체 수 조사 결과를 보면 1993년 230만개였던 사업체 수는 2003년 318만개로 늘었다. 이 숫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67만개를 기록했다. 폐업기업 수가 창업기업 수보다 많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기업 증가 속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1990년대에는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기업 수가 50만개 늘어나는 데 3~4년가량 걸렸는데, 최근에는 11년으로 늘었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 역시 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신설법인 수가 다시 늘고 재도전에 성공한 기업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채운 중소기업학회장은 “창업-생존-성장과 재도전으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가 최근 활력을 찾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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