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기자 레알겜톡] 악플도 감사했던 2014년, 굿바이!

입력 2014-12-31 10:34   수정 2015-01-02 17:59

<p>'So long, Farewell, Auf wiedersehen, Good bye'</p> <p>관용어구가 아니라 정말 오늘 올해가 끝난다. 왜 12월은 31일까지일까? 벌써 2014년은 가고, 2015년이 시작된다. 어제 판교에서 만난 한 홍보팀 분은 기자에게 '2014년은 어땠나요?'라고 물었다. 대답은 '글쎄요...'이다.</p> <p>한 해의 끝에서 바라본 2014년, 게임 기자로서 나는 어땠을까? 2013년의 12월 31일보다 2014년 12월 31일에는 일 년만큼의 사회에 기여를 했던가? 일년을 지난 나는 기자로서 몇 자나 더 발전했을까?</p> <p>스스로를 돌아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은 혼자 키를 재는 것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키가 자란 것은 짧아진 바짓단을 볼 때 알 수 있다. 기자가 썼던 기사를 통해 갑오년 한 해를 되짚어보고자 한다.</p> <p>■ 다양한 댓글에 대처하는 기자의 자세</p> <p>인터넷 매체의 기자인 이상, 누리꾼들의 댓글을 피해갈 순 없다. 게임톡은 게임 커뮤니티가 아니라, 댓글을 보기는 가뭄의 단비격이다. 커뮤니티 매체의 동료 기자들은 악플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무플 보다는 악플'이란 말도 있듯 피드백은 언제나 중요하다.</p> <p>기사는 기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독자들의 판단과 의견으로 퀄리티가 판가름된다. 하지만 댓글에 일일이 답변을 해줄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았다. 여기서 기억에 남는 몇 개의 댓글을 소개하고 답글을 달아주려 한다.</p> <p>
먼저 읽자마자 빵 터진 댓글이 기억난다. 블리자드의 게임축제 미국 블리즈컨 출장에 다녀온 소감을 이야기한 <[블빠 기자의 눈] 2년 연속 찾아온 행운, '블리즈컨'> 기사에 달렸다. 무려 A4 2페이지가 넘어가는 긴 글이었는데, 어느 독자가 한 줄에 정리를 해버렸다. 기사를 쓴 당사자가 봐도 너무나도 명쾌한 요약에 기사를 읽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p> <p>물론 가슴 쓰린 댓글도 있었다. '디아블로3' 확장팩 출시 기념 행사에서 작성한 현장 기사인 <'디아블로3' 확장팩 출시장, 동물 3가지 떴다 왜?> 때문이었다. '아무리 게임 기자라지만 너무하네요. 억지로 동물이랑 연관시켜 관심 끌어 보려는 게 너무 유치하네요. 기자분도 정신머리 조금이라도 있으면 기사 쓰면서 이건 아니다 했을 겁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p> <p>당시에 여러 가지 의미에서 충격을 받았다. 코스프레팀 '스파이럴캣츠(고양이)', 행사장에 온 '오덕(duck, 오리)=오타쿠',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의 메인 캐릭터 '말티엘(말)'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썼기 때문이다.</p> <p>기사를 쓰면서 '그래, 이거다! 나 좀 센스 있는 듯'이라며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유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화가 난(?) 독자에게 일부러 불쾌하게 만들 의도는 없었지만, 기사가 실망스러웠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p> <p>
하지만 이런 이상한 센스까지도 이해해주는 독자들이 있어, 기자를 춤추게 했다. 지스타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11월 26일, '관심 가는 기자분이 생겨 매일 검색한다'는 따뜻한 한 잔의 커피처럼 남겨진 선(善)플은 기자의 마음을 데웠다.</p> <p>■ 때로는 기사 한 장보다 사진 한 장</p> <p>기자 생활을 막 시작할 때는 사진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그냥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하수였다. 때로는 사진 한 장이 기사 한 장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해준다. 아직까지도 사진은 기자에게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2014년 기억에 남는 사진을 뽑아보았다.</p> <p>
▲ (위부터) 조은정 아나운서-모델 케이트 업튼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방준혁 넷마블 게임즈 의장-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김정주 엔엑스씨 대표
▲ (위부터)김강석 블루홀 대표-케빈 마틴즈 블리자드 디자이너-신혼부부 인디 개발팀 1506호
기자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유명인들을 아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취재를 목적으로(?) 걸그룹과 아나운서들을 코앞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무중력 화보로 전세계적인 남성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 여배우 케이트 업튼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여기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허니버터칩같은 대표들도 만날 수 있었다.</p> <p>여기자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인터뷰를 할 때 긴장을 풀고 답변은 길게, 미소는 환하게 보낸다는 것이다. 인터뷰이의 자연스러운 미소를 잡아낼 때, 기자의 뿌듯함은 커진다.</p> <p>■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3명의 인터뷰이</p> <p>기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이다. 지난 1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아보았다. 블리즈컨에서 만난 게임업계 꿈나무 주헌양 학생, '파이널판타지'의 요시다 나오키 PD, 엔도어즈의 김태곤 PD다.</p> <p>
▲ 블리즈컨에 방문한 주헌양 군과 어머니
주헌양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부러워서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블리즈컨에 어머니와 함께 참석해 블리자드 본사를 탐방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p> <p>주 군의 어머니는 '벌써부터 효도를 한다'며 등을 토닥이고 '헌양이가 마이크 모하임 대표를 만나 '다음에는 면접볼 때 만나자'고 이야기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p> <p>
▲ 요시다 나오키 PD
액토즈가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파이널판타지 14' 간담회에서 처음 만난 요시다 나오키 PD는 게이머들의 로망인 '파이널 판타지'의 총괄 PD다.</p> <p>그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손가락마다 낀 화려한 반지 때문도, 독특한 헤어스타일 때문도 아니다. 손에 꼽을 만큼 솔직한 인터뷰이였기 때문이다. 셀프 디스는 물론, 유저의 입장에서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열정적인 모습에 진심으로 반할 뻔했다.</p> <p>
▲ 김태곤 엔도어즈 총괄 PD
마지막으로 김태곤 총괄 PD다. 그는 엄청난 달변가로 유명하다. 보통 인터뷰를 진행할 때, 수줍은 개발자들은 '네. 그렇죠'라며 대답을 끝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김태곤 PD는 다르다. NDC같은 강연에서 만나면 가슴이 두근두근 할 정도다. 질문 하나에도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대답을 전하며 기자를 뿌듯하는 그는 '언제라도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이다.</p> <p>결론적으로, 기자에게 2014년은 독자들의 솔직담백한 피드백과 따뜻한 응원을 받으면서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한 해였던 것 같다. 2015년 12월 31일에 한 해를 돌아볼 때는 더욱더 재밌는 글쟁이이자, 노련한 기자이자, 인간적인 사람이 되어있길 바란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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