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知斧斫足’ 삼성債… 사자성어로 본 2014 대기업 회사채

입력 2014-12-31 14:07  

이 기사는 12월26일(05:2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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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작족(知斧斫足) 삼성채(債), 오매불망(寤寐不忘) 현대차채, 설상가상(雪上加霜) 현대중공업·GS채, 구사일생(九死一生) 포스코채….’

올해 주요 대기업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사자성어로 표현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말 삼성종합화학·테크윈·탈레스·토탈 등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2조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대주주 변경’을 이유로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의 회사채 신용등급(둘 다 상위 3위 등급인 ‘AA0’)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신용등급이 조만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두 회사 회사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한 채권은 값이 떨어지기(금리가 오르기) 때문. 두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잔액만 총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이란 이름을 믿고 두 회사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9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채권 투자자들은 현대차가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새로 발행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현대차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최고 등급인 ‘AAA’. 국내에서 ‘AAA’ 등급을 받는 기업(금융·공기업 제외)은 현대차와 포스코, KT, SK텔레콤 등 달랑 4곳뿐이다. 게다가 현대차 회사채는 2011년 10월 이후 발행된 적이 없어, 투자자들에겐 ‘오매불망’ 기다려지는 채권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현재로선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조원이 넘는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데 굳이 채권을 찍어 돈을 조달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우량 회사채에 목마른 기관투자가들로선 입맛만 다시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1972년 창사 이래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저가 수주 문제까지 겹치면서 올 들어 9월까지만 3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설상가상’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또다른 시련까지 닥쳤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일제히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0’로 한 단계 내렸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해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추가로 강등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수익성을 가늠하는 ‘매출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 비율’이 5%를 지속적으로 밑돌 경우 등급이 추가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S그룹의 경우 유가 하락과 공급 과잉으로 GS칼텍스 같은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곤두박질쳤고, GS칼텍스(신용등급 AA+), ㈜GS(AA0), GS건설(A+) 등 주력사들이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해 있다.

철강 시황 둔화와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포스코는 지난 6월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됐다가 이틀 만에 회복되면서 ‘구사일생’했다. 국내에서 신용등급 ‘AAA’인 기업의 등급이 강등될 뻔한 것은 포스코가 처음.

SK·롯데그룹은 올 하반기 회사채 발행에 나선 건설 자회사들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뜻밖의 성공을 거두면서 ‘공곡공음(空谷?音)’을 울렸다. SK건설과 롯데건설은 각각 1300억원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건설’ 회사채인데도 발행 예정금액 이상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강등 등 잇단 악재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특히 한화건설은 2012년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올 4월까지 다섯 차례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연전연패(連戰連敗)’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헌형/이태호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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