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가 474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발표했다. 수출(5731억달러), 수입(5257억달러), 무역규모(1조988억달러) 모두 신기록을 경신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2년 연속 달성한 것이다. 수출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도 약 9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에는 국제유가 하락 덕에 흑자규모가 1000억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087억달러, LG경제연구원은 1073억달러 흑자를 점치고 있다.
1980~1990년대 만성 적자 국가가 1000억달러 흑자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됐으니 놀랄 만하다. 1000억달러 흑자클럽은 독일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등 4개국뿐이다. 엔저와 일부 주력품목 수출 부진을 딛고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우리 수출이 내성을 갖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막대한 경상흑자는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외자 유출을 막아주는 든든한 제방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경제현상에는 빛이 있으면 부작용도 있게 마련이다. 특히 환율이 문제다. 원화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란 더욱 어렵게 된다. 이는 자원의 저주와 비슷한 구조다. 1959년 북해 가스전 발견으로 대박 난 네덜란드가 정작 급격한 통화절상으로 수출 경쟁력을 잃어 1970년대 극심한 불황을 겪었듯이,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의 저주가 올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원화환율이 경상수지보다는 엔저와 미국 금리인상 기대, 그리스 위기 등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 달 경상수지 흑자가 114억달러 수준일 때도 환율은 달러당 1100원 안팎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환율을 정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른 대외 불안요인이 해소되는 순간, 주체 못 할 환율 폭탄의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준비 없이 터지는 흑자도 경제에는 독이 된다. 나라도 기업도 환율 관리에 만전을 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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