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보존 갈등

입력 2015-01-01 21:21   수정 2015-01-02 05:05

市, 역사마을 조성 추진
3.3㎡당 820만원대에 땅 사…임대주택 615가구 공급 계획

재개발추진委 "보존 가치 없어"
분리개발 땐 추가분담금 3억…LH '자산가치 절반 깎인다' 분석



[ 이현진 기자 ]
불암산 자락에 자리 잡은 서울 중계본동 주택재개발지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오래된 판잣집 및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과 마주한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중계동 ‘백사마을’이다. 1967년 정부가 서울 도심 개발을 위해 용산 청계천 등의 판자촌에 살던 주민들을 이곳으로 이주시키면서 생겨났다. 연말연시 주요 기업과 기관들의 연탄 배달 봉사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중계본동 재개발지구는 최근 전체 구역 면적의 22%를 차지하는 백사마을 보존 여부를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재개발조합은 “보존할 가치가 없는 곳을 보존하려 하니 사업성이 떨어져 재개발을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백사마을을 주거지 보존지역으로 지정한 서울시는 “이곳을 ‘역사 마을’로 꾸밀 계획”이라며 “개발 사업이 늦어지는 건 주거지 보존사업 탓이 아니라 용적률 상향 등을 요구하는 일부 주민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분담금 최대 3억…사업추진 어려워”

이곳의 재개발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최근 내놓은 ‘중계본동 주택재개발지구 사업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계획대로 백사마을을 떼어낸 뒤 조합원 및 일반분양 아파트 1720가구를 지을 경우 추정 비례율은 53.04%다. 비례율은 재개발사업을 통해 생기는 순이익(분양수입-사업비용)을 기존 토지와 건물 등에 대한 감정평가액으로 나눈 값이다. 조합원 자산이 어느 정도의 가치로 바뀌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비례율이 53%라는 것은 조합원 자산 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1119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게 LH 분석이다. 조합원 추가분담금도 주택 평형에 따라 1억7700만~3억5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종민 중계본동 주택재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백사마을을 주거지 보존지역으로 떼어낼 경우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대표회의는 주거지 보존사업을 포기하고, 조합이 이곳에 직접 임대아파트를 지을 경우 비례율은 97~126%로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추가분담금이 1억600만~2억4000만원으로 줄어들어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백사마을에는 현재 1000여가구의 낡은 주택이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은 빈집이다.

◆서울시 “임대주택 대신 지어준다”

서울시는 2011년 백사마을이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보고 주거지 보존지역으로 지정했다. 유네스코 역사 마을의 네 가지 원칙인 길 보존, 필지 통폐합 금지, 땅 깎기 금지, 삶의 형식 보존 등의 기준을 지키면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조합으로부터 3.3㎡당 820만원대에 이 땅을 사서 임대주택 615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조합에서는 임대주택 가구 수도 너무 많다고 말한다.

원래 주거지 보존지역의 임대비율인 전체 가구 수의 17%를 적용하면 354가구가 적정하다는 설명이다. 당초 취지인 역사 마을 만들기에서 벗어나 저소득층 임대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땅을 사서 임대주택을 대신 짓기 때문에 오히려 사업성이 나아질 수 있다”며 “사업성 문제는 공사비를 과도하게 책정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이 지역 공사비를 3.3㎡당 480만~500만원으로 책정했다. 바위가 많은 지형 탓에 공사비가 다소 높아졌다.

반면 서울시는 3.3㎡당 350만~380만원 정도가 적정하다는 생각이다. 이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이 요구하는 주거지 보존지역 축소나 용적률 상향 등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의미”라며 “그렇게 되면 사업이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H는 이 사업의 인허가를 대행해주고 총 사업비의 1%를 수수료로 받을 예정이다. 김재남 LH 중계사업단 과장은 “사업 추진 여부는 전적으로 주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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