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스스로 일어선 서른살 인생…그들이 찾은 '공자님 말씀'

입력 2015-01-01 21:33   수정 2015-01-02 04:58

나는 서른에 비로소 홀로 섰다
조광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28쪽 / 1만3000원



[ 박상익 기자 ]
흔히 ‘공자님 말씀’이라는 말은 좋은 뜻보다 나쁜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당연하고 바른 말이지만 정작 현실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소리라는 뜻으로 통한다. 그런데도 ‘공자님 말씀’을 담은 논어(論語)는 동양 문화권에서 최고의 책으로 손꼽힌다. 하나마나한 소리를 공자님 소리라고 치부하면서 이 책이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공자의 가르침이 현대인의 삶을 일깨울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나는 서른에 비로소 홀로 섰다》는 동양 고전을 재해석해 온 저자가 30대를 위해 풀어쓴 ‘공자님 말씀’이다. 공자는 나이에 따른 인간의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삼십이립(三十而立)’이란 표현을 썼다. 공자는 “열다섯 나이에 학문의 뜻을 품고 서른에는 기초를 세웠다”고 했다. 서른 살은 기초를 세우고 스스로 일어설 나이라고 말한 것이다. 저자는 “‘삼십이립’이 지금 우리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한다. 남자는 대학 생활과 군 복무, 취업 준비로 20대를 보낸다. 20대 후반부터 서른 무렵에 직장을 잡고 일을 시작하면서 스스로의 발전을 고민한다.

저자는 “30대는 더 다양해진 경험과 생각으로 정체성을 단단히 하고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야 할 때”라면서 이 시기 인생의 스승이자 나침반으로 공자를 소환한다. 그렇다고 논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읊으며 외우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오늘날 30대가 처한 상황을 담담히 얘기하며 30대들이 겪는 고민과 위기의 순간에 필요한 공자의 메시지를 전한다.

공자는 성인이자 대학자였지만 공부에만 몰두해 살지 않았다. 그는 술과 활쏘기, 음악을 즐기는 교양인이었다. 30대야말로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성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야 할 시절이지만 삶의 균형을 위해 적절한 여가도 빠트려선 안 된다는 얘기다. 다만 공자는 술을 마실 때도 ‘한 잔은 너무하고(一不) 석 잔은 적다(三少), 다섯 잔이면 적당하고(五宜) 일곱 잔이면 지나치다(七過)’는 음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일할 때도 놀 때도 지나침 없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중용(中庸)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가르침으로 이어진다.

공자가 활동하던 시대엔 지금과 같은 회사는 없었지만 그의 가르침은 직장 생활에서도 유용하다. 공자는 “공손하면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고, 너그러우면 사람을 얻는다. 믿음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일을 맡기고 민첩하면 기회가 올 때 공적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또 “많이 베풀면 어려운 일도 주위 사람들에게 부탁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너그러우면 뭇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뜻인 ‘관즉득중(寬則得衆)’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공자는 학문과 덕이 높고 행실이 바르며 품위를 갖춘 사람을 군자(君子)라고 칭했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군자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기 수양에 힘쓰고 가족과 이웃, 사회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대의 군자라고 부를 만하다는 것이다. 2015년 새해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공자님 말씀’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됨직하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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