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수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30일 오전 10시53분
일본 종합금융그룹 오릭스가 실리콘웨이퍼 생산업체인 LG실트론 지분 49% 인수 조건으로 ‘3년 내 상장 약속’을 LG그룹에 요구했다. LG그룹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투자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릭스는 최근 LG실트론 최대주주(지분율 51%)인 (주)LG에 주주 간 협약 조건으로 두 가지를 내걸었다. 지분 인수 시점으로부터 3년 내 LG실트론을 상장하고, (주)LG가 LG실트론 지분을 3자에게 팔 경우 오릭스 보유지분도 함께 팔 수 있는 ‘동반매도권’(태그어롱)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다만 상장 시점은 향후 시황에 따라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오릭스는 2007년 LG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 지분 49%를 매입한 보고펀드(지분율 29.4%) 및 KTB프라이빗에쿼티(19.6%) 보유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최대주주인 (주)LG와 주주 간 협약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다.
LG그룹은 LG실트론 상장 약속과 태그어롱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G실트론 상장 무산 책임을 놓고 현재 보고펀드와 맞소송이 붙은 상황에서 오릭스에 3년 내 상장 약속을 해주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고펀드는 그동안 LG실트론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으나, 태양광 업황 부진 여파로 상장은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보고펀드는 LG실트론 지분 매입을 위해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연장하는 데 실패해 작년 7월 사모펀드(PEF) 역사상 처음으로 ‘인수금융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이후 (주)LG와 LG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LG는 이에 맞서 보고펀드에 배임 강요 및 명예훼손 등으로 맞소송을 냈다.
오릭스는 LG그룹이 LG실트론 기업공개(IPO)를 약속하지 않으면 투자를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 경우 보고펀드, KTB프라이빗에쿼티, 채권단의 LG실트론 투자금 회수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생기게 된다.
보고펀드는 지분 매각대금으로 2007년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에서 빌린 LG실트론 인수자금 2200억원을 갚을 계획이었다. 오릭스 투자가 무산되면 올 연말 대출금 1400억원을 갚아야 하는 KTB프라이빗에쿼티도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오릭스가 요구한 상장 조건은 사모펀드들이 통상적으로 요구하는 사안”이라면서도 “하지만 소송이 걸린 상황에서 LG가 IPO를 확약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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