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이라고 해서 형기 다 채워야 하나
'땅콩회항' 압축성장 산물…규범·관행 再정립 계기
反기업정서 없애려면 자수성가 기업인 키워야"
[ 이태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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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가석방·사면 관련 얘기가 많습니다.
“대한상의는 그동안 기업의 일탈에 대해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냥 편드는 건 좀 아닌 것 같았고 국민들 보기에도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죠.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경우는 조금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국가 경제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간곡하게 다시 한번 (가석방 등을) 생각해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입니다. 충분히 처벌받았다고 봅니다.”
▷최태원 회장만을 특정해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있습니까.
“사법 절차가 덜 끝난 사안에는 의견을 내지 말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 회장은 이미 사법 절차를 마치고 처벌을 더 받느냐, 덜 받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잖아요. 유독 기업인이라고 끝까지 (가석방은) 안 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반재벌 정서가 높습니다.
“법만으로 사회가 선진화되지는 않습니다. 규범과 관행이 바뀌어야죠. 기업들이 압축성장 과정에서 많이 발전했지만 ‘어떤 게 정말 옳은 규범과 관행이냐’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건 사실입니다. 세계적 수준에 맞는 질적 성장, 규범과 관행을 정립해야 할 때입니다.”
▷반기업 정서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자수성가형 기업인을 얼마나 더 많이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이에요. (자수성가하는) 그런 기업인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대기업=재벌 2·3세’로 일반화되는 겁니다. ”
▷구체적인 방법이 있습니까.
“상속받는 쪽을 억누르지만 말고 자수성가할 사람을 지원하면 됩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너무 커서 걱정’이라고 하는데 그게 그 기업들 잘못인가요. 그러지 말고 자수성가형 기업이 더 나올 수 있게 시장 진입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20대 그룹 중 절반 정도가 자수성가형 기업이 되도록….”
▷결국 규제 완화의 문제라는 말씀이네요.
“사전 규제를 대폭 들어내야 해요. 진입 규제, 사전허가제 이런 것을 없애 진입을 자유롭게 해주고 사후에 그걸 평가해 지나친 일탈행위만 규제하면 됩니다. 일단 일을 벌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을 하려거든) ‘나를 통과해 가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선 아무도 일을 못 벌입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의지가 있었고 지난 1년 동안 성과도 꽤 있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얘기해 규제개혁의 성과가 팍팍 나타나려면 정치권에서 협조해야 돼요. 입법부에서 법을 바꾸지 않고 큰 규제나 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올해 통상임금이나 정년연장 등 굵직한 노동 이슈가 많습니다.
“서비스업은 규제로 다 막혀 있고 제조업은 노동생산성이 이런 상태로 가다간 우리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인건비 수준도 높고 노동시장이 이렇게 경직돼 있으면 (기업은) 살 수가 없습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야 합니다.”
▷정규직 과보호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엔 동의하십니까.
“정규직 고용에 대한 지나친 경직성을 조금 완화해야 됩니다. 그래야 (기업이) 비정규직을 좀 더 고용할 체제를 갖출 수 있습니다. 좌우지간 노동시장 경직성 등 기업의 팔, 다리를 풀어줘야 경제가 삽니다. ”
▷정부 조세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연구개발비 등 비과세 감면 혜택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그런 혜택을 많이 줄여 아쉽더군요. 상속세 공제 혜택은 재논의돼야 합니다. 장수기업을 키우려면 공제 요건을 좀 더 완화해줘야 합니다.”
▷정부가 국민연금 등을 통해 기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배당을 늘리면 가계소득이 높아지고, 가계가 돈을 써야 내수가 살아난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강제로 배당을 요구하는 것, 즉 ‘수단’이 맞느냐는 데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겠죠. 이와 별개로 정부에 부탁하고 싶은 건 조세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좀 더 높여달라는 겁니다. 지금 법인세 하나만 놓고도 얼마나 말이 많습니까. 그런 논의가 된다는 것만으로 기업은 불안해합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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