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까다롭고 수수료 부담
식품·화장품 등 직접 판매
[ 임현우 기자 ]
동원그룹은 다음달에 인터넷 식품 쇼핑몰 ‘동원몰’의 중국어 사이트를 연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양반김’을 비롯해 참치, 홍삼 등 가공식품 200여종을 판매한다. 중국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비행기 특송을 이용해 한국에서 현지로 1주일 안에 배달해준다.
김근영 동원F&B e비즈팀장은 “식품은 중국 직구족(直購族)이 많이 사는 8대 품목으로 부상했지만 구매는 대부분 미국 쇼핑몰로 몰리고 있다”며 “급성장하는 중국 직구 시장을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네티즌이 인터넷으로 한국 물건을 쇼핑하는 역(逆)직구가 관심을 모으면서 유명 소비재 제조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스타일’ 열풍의 중심에 있는 식품, 화장품, 패션 기업들이 자체 역직구몰을 잇따라 구축하고 나섰다.
이들 업체의 1차 공략 대상은 중국의 해외 직구족인 ‘하이타오(海淘)족’이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성장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자결제 업체 페이팔은 하이타오족의 해외 직구액이 2013년 352억달러(약 39조원)에 달했고 2018년에는 1650억달러(약 183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린 국내 기업들이 하이타오족으로 발을 넓히는 이유다.
대상그룹도 다음달 중국인 전용 온라인 쇼핑몰을 연다. 클로렐라, 가시오갈피 등 건강기능식품 10여종으로 시작해 앞으로 취급 품목과 국가를 늘려갈 계획이다. 제일모직과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이르면 올해 안에 중국 직구족을 위한 쇼핑몰을 열 예정이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배송을 지원하는 곳도 늘고 있다. 보디가드, 제임스딘 등의 속옷으로 잘 알려진 좋은사람들은 지난해 9월 자체 인터넷 쇼핑몰에서 해외 배송을 시작한 데 이어 외국어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에뛰드가 지난해 10월 전 세계 배송을 지원하는 ‘글로벌 쇼핑몰’(사진)을 열었고, 다른 화장품 브랜드로 역직구몰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규호 에뛰드 디지털팀 과장은 “아직 에뛰드 매장이 없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주문이 많다”며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알려진 쿠션 파운데이션과 BB크림 등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제조업체들의 해외 온라인 판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등 현지 쇼핑몰에 일부 상품을 입점시키는 형태였다. 이런 초보적 단계를 넘어 ‘자체 역직구몰’을 만드는 업체가 늘어나는 건 역직구 사업에서 보다 많은 실리를 얻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동원F&B의 김 팀장은 “중국 쇼핑몰을 거치면 현지 규제와 신고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수수료 부담도 있다”며 “예상치 못한 현지 사업의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직영 쇼핑몰을 운영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상품 중에선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적지 않다. 미샤는 중국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이던 작년 11월11일 티몰에서 ‘M퍼펙트커버 비비크림’을 단 하루 동안 5만6123개 팔아치워 메이크업 화장품 부문 1위에 올랐다. LG생활건강도 티몰에서 ‘후 공진향 인양 2종 세트’를 열흘 동안 5000세트 판매했다.
■ 하이타오(海淘)족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해외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중국의 해외 직구족’을 뜻한다. 페이팔은 하이타오족의 해외 직구액이 2013년 352억달러(약 39조원)에서 2018년 1650억달러(약 183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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